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멕시코 다음으로 근로시간이 긴 나라였다. 2017년 연간 근로시간을 보면 멕시코가 2148시간, 한국이 2018시간이다. 근로시간은 최상위권,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으로 한국은 여지없이 '저녁 없는 삶'을 살아간다.
2018년 2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이유 중 하나가 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노동공약이었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달 1일,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3년간의 단계적 적용을 완료했다. 직장인에게 '저녁 있는 삶'이 보장되는 분위기다. 실제 300인 이상 사업장에 52시간제가 적용된 2019년 한국의 근로시간(1967시간)은 51시간 줄었다. 또 통계청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9년의 근로시간 만족도는 28%에서 34.5%로 증가했다. 국회 사무처 조사에서는 국민이 뽑은 20대 국회의 좋은 입법(사회문화환경 분야)에서 52시간제가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의 사각지대도 존재했다. 제조업 분야 근로자들은 거의 시급제로, 일해야 돈을 더 벌 수 있다. 근로자들은 일하고 싶어도, 시급을 더 줘야 하는 사업주로서는 공장을 쉴 수밖에 없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대체공휴일법(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까지 나오면서 중소기업인들은 삼중고(코로나19·주 52시간 근무제·대체공휴일)에 시달린다. 또 스타트업계는 주 52시간제의 딜레마에 빠졌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소수의 인원이 사업 기획, 투자 유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단기간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경우가 많은데, 주 52시간제가 기업 초기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거다.
이러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탄력 근로제, 선택 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해야 한다. 두 제도는 일정 기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 조건으로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줄여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은 현재 개정 근로기준법에 의해 2022년까지 추가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6개월 내에서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평균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을 맞춰야 한다. 외국에서는 주 64시간까지 허용되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 적용 기간을 1~3년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한국도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더 필요하다. 나아가 기업 맞춤형 유연근로제를 노동시간 단축 지원 정책과 연동해 활용한다면 기업체가 삼중고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소규모 사업체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업종별로 확인하고, 인사 노무 제도 정비를 위해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돈 있고, 저녁 있는 삶'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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