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교차로 꼬리물기에 대한 단상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교차로 꼬리물기에 대한 단상

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 승인 2021-07-28 12:36
  • 신문게재 2021-07-29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김재석
김재석 소장
필자는 지난해 1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숙소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어 퇴근 후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6시 30분 이전에 대전시교육청 네거리를 지나가는데 혼잡한 교차로를 지나는 차들의 꼬리물기로 인해 빚어지는 답답한 광경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이러한 광경을 볼 때마다 다음과 같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첫째는,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의 도로가 꽉 막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입하는 차들이다.

대부분은 교차로 중간에 멈춘 채 신호가 바뀌게 되고 다른 차로의 통행을 막아버린다. 다른 차로는 도로가 비어있음에도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뀔 무렵에야 겨우 서너 대 지나갈 수 있을 뿐이다. 심할 땐 몇 대의 좌회전 차량만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을 뿐 직진하는 차량은 단 한대도 못 지나갈 때도 있다.

이로 인해 막히지 않는 방향의 도로마저 교차로 앞에는 차량이 100m 가까이 길게 늘어서 있다.



두 번째는 이러한 꼬리물기의 현장에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이 있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대부분 사람은 경찰관이나 경찰 차량이 눈에 보이면 혹시 모를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을 의식하면서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기에는 운전자들이 이를 특별히 의식하는 것 같지도, 교통경찰관이 이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거나 개입하려는 것 같지 않다. 교통경찰관은 저기에 왜 서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세 번째는 운전자들의 반응이다. 교차로 한가운데서 통행을 막아선 운전자도, 이로 인해 자신의 초록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뀌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다른 차로의 운전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해 보인다. 가끔 한두 번 짧게 울리는 경적이 항의의 표시다.

꼬리물기로 피해를 보고 있는 당사자들도 너그러이(?) 인내하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고 있는 필자가 오히려 못 참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때로는 사진을 찍어 신고할까 하는 충동이 있지만, 아직 한 번도 실행은 못 하고 있다. 필자도 충청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 지역적 특성을 보는듯하다.

교차로 꼬리물기는 도로교통법 제25조 제5항에서 명백히 금지하고 있고, 위반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교차로를 통과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진입해 이후 다른 차량의 통행까지 방해하는 행위다.

혼자 먼저 가겠다고 수십 대의 다른 차량까지 가지 못하게 하는 이기적인 행위이다. 그렇다고 먼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교차로 건너에도 차량으로 꽉 차 있으니 그냥 교차로에 어정쩡하게 걸친 채 앞 차량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또한 횡단보도 위에 걸쳐있는 차량으로 인해 보행자들은 마치 주차장 사이를 비집고 지나듯 차량과 마주 오는 사람들을 피해 위태롭게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몇 년 전에 경찰 당국에서 꼬리물기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캠페인과 집중 단속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일부 교차로에서는 여전히 반복되는 상황을 보면서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동체에서 한 사람의 이기적인 행위는 불특정 다수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게 된다. 인류 최초의 국제적 인권합의문이자 인권의 바이블로 통하는 세계인권선언은 전문과 30개 조항으로 구성돼 인권의 주체와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두 개의 조항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 타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나의 권리는 다른 사람, 나아가 공동체 모두의 권리와 조화를 이룰 때 지속 가능할 수 있다.
김재석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