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원 대흥영화사 감독 |
대흥영화사가 내놓은 슬로건처럼 '지역스토리의 세계화'를 꿈꾸며 끊임없이 우리 지역 대전의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다가 2019년에는 대덕구의 인물 김호연재를 알게 되었다. 대덕구에서 10년간 축제를 이어오며 알리고자 했던 조선 시대의 시인이다. 주변에 물어보았지만, 다수가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생애를 살펴보았고 그중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골라 이야기를 만들었고 시나리오로 다듬었다. 그리고 '화전놀이'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로 만들어냈다. 김호연 재라는 인물이 최초로 영화화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코로나 속에서도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시사회장에 찾아 주셨고 성공적으로 시사회를 마칠 수 있었다.
대흥동에서 2년을 지내고 영화사 위치를 소제동으로 옮겼다. 정확히는 삼성동인데 소제동과 바로 맞붙어 있는 곳으로 재개발 준비로 주민 절반이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그쪽에 오래전 빈집이 되어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곳을 알게 되었고 고심 끝에 들어가기로 했다. 100년 전부터 철도관사촌으로 활용되었던 곳인데 재개발로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도 아쉬웠다. 그 집 뒤편 골목은 영화 세시봉을 찍은 골목이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옛 정서가 가득 담겨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구역이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에 영상으로 담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생각한 '온전한 대전의 영화'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온전한 대전 영화는 대전을 담은 영화를 말한다.
영화사 이전 후 처음으로 진행한 기획은 온오프라인 시사회였다. 코로나 이전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영화가 있었는데 오정동 한남대 육교 밑 한남로 88번길의 이야기를 담은 '88번길의 기적'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도 30분 러닝타임의 짧은 영화인데 '대전 최초 마을영화'라는 타이틀을 갖고 만들어 낸 영화다. 유튜브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시사회 현장을 내보냈는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었기에 안전성도 확보하고 영화도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전 국민이 감동적으로 볼 수 있는, 대전이라는 타이틀을 담은 온전한 대전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것은 감독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합심이 되어 시너지를 발휘할 때 비로소 그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부심으로 함께 할 때 우리만의 콘텐츠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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