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도쿄올림픽에서 날아온 한 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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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도쿄올림픽에서 날아온 한 장의 사진

이상훈 대전시 자치경찰위원·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21-07-27 09:58
  • 수정 2021-07-27 14:45
  • 신문게재 2021-07-28 19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2021-07-27 09;42;55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도쿄올림픽이 천신만고 끝에 지난 23일 개막했다. '2020 도쿄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1년을 미룬 끝에 2021년의 기록적 폭염에 막을 올렸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일본인 87%가 올림픽 개최에 불안을 느끼고 있음에도 강행한 것은 장기불황과 동일본 대지진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도 그간 한일역사논쟁과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그리고 독도와 욱일기 도발 등, 정치·경제·외교적으로 극한의 대립각을 세워오던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심경이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웃 나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위협받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태극기 문양 부채를 들고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일본 이바라키현 초등학생들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올림픽 오륜기(五輪旗)는 오대주의 화합과 올림픽 대회를 통한 전 세계선수들의 만남을 의미한다. TV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 선수들 선의의 경쟁과 판정에 대한 깨끗한 승복은 기울어진 삶의 운동장에서 불공정을 넘어서려고 애쓰는 많은 사람에게 끝없는 용기를 준다. 선수들의 이러한 멋진 모습을 통해 우리 인류는 공정한 경쟁의 순수성에 대한 믿음과 지속 가능한 평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았다. 금메달을 향한 지고지순한 노력과 인간승리의 감동적 드라마는 팍팍한 삶에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줬다.

올림픽에서의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라고 올림픽 헌장은 명시하고 있다.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 금지와 올림픽 경기 대회의 영리성 배제의 지침 역시 규정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파행적 개최와 일그러진 한일관계를 볼 때, 승리보다 참가에 의의가 있고 국가대항전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영광이며, 국력 또는 정치와 무관하고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가다듬는 노력이 새삼 필요하게 되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올림픽 개최나 참가비용을 교육이나 복지, 의료, 대중교통 개선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여론에 국민의 지지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을 통해 국제사회가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생태계 파괴가 극에 달해 인류에게 대형 자연재해로 되돌아오는 현실, 주요 선진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코로나 백신의 생산과 과도한 자국민 우선 접종, 자유로운 백신 제조에 필요한 지식재산권 면제 논의는 그 보편성과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인류화합의 정신에 부합하는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정치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과 땀방울에 더 주목하고 스포츠를 통해 국제평화를 증진하려는 올림픽 정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자신들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 후쿠시마 원전 문제에 철저한 반성과 책임을 통찰하기까지는 매우 안타깝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한일관계가 여기서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현실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과거에 발목 잡혀 어두운 미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일 정치지도자들도 태극기 문양 부채를 든 일본 어린이 응원단 사진을 보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전향적 해법을 찾기 바란다. 우리 국민은 금메달에만 박수치던 과거의 국민이 아니고 대한민국은 더는 오기와 자존심만 가득했던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도쿄올림픽을 분기점으로 방구석 올림픽이 당연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4년에 다시 1년을 더해 무려 5년을 준비한 각국의 선수들과 그들이 펼치는 페어플레이에 혼을 담아 응원하자. 메달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순수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거친 호흡을 함께 느껴보자. 이러한 스포츠의 본질을 통해 국제적 연대와 결속이 듬뿍 담긴 또 다른 사진 한 장이 우리에게 날아오기를 기다린다. /이상훈 대전시 자치경찰위원·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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