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捲(말을 권), 土(흙 토), 重(무거울 중/거듭 중), 來(올 래)자로 구성된다.
출 처 ;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와 중국의 역사서(한국출판공사)에 보인다.
비 유 : 실패 후에 재기함을 비유한다,
권토(捲土)는 부대가 말을 달려 전진할 때 일으키는 흙먼지가 멀리서 보면 마치 땅의 흙먼지를 말면서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천하통일을 이룩한 진(秦)나라가 망할 즈음 지방에서는 많은 반란 세력들이 일어났고, 최후에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두 세력이 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항우와 유방의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항우는 유방의 군대에 쫓겨 겨우 친위대 26명과 함께 오강(烏江)에 이르렀다. 그 때 그 지역 정장(亭長/작은 마을담당자)이 배를 대놓고 말했다. "강동(江東)이 작다고는 하지만 아직 천 리 땅이 있고, 몇 십만 백성이 있으니 왕업(王業)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빨리 강을 건너십시오. 지금 신(臣)만이 배를 가지고 있으니 유방의 군대가 와도 강을 건너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항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렸는데 내가 어떻게 강을 건너겠는가. 또한 내가 강동의 자제(子弟)들 8천 명과 처음으로 군대를 일으켜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갔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돌아가지 못하니. 설령 강동의 부형(父兄)들이 나를 동정하여 왕으로 삼아 준다한들 내가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볼 수 있겠는가. 그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 마음이 부끄럽지 않겠는가?" 이렇게 말하고 정장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자기가 타던 말(烏?馬/오추마/항우의 애마)을 선물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미 죽기를 각오한 항우와 부하 26명은 모두 말에서 내려 유방의 군대와 또 한바탕 치열한 접전을 벌여 항우 혼자서만도 100여 명의 적을 척살했다. 치열한 접전 중에 항우는 옛 부하였던 적(敵)이 된 '여마동(呂馬童)'을 발견하고, 천금의 현상과 1만 호의 봉읍이 걸린 자신의 수급(首級)을 바쳐 공을 세우라고 소리쳐 말하고 자결하고 만다. 이로써 일세 영웅 항우는 장렬하고도 장엄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 때 항우의 나이 31세, 왕예(王?)라는 인물이 항우의 목을 베어 가졌고, 여마동 등 4인은 항우의 사지를 나누어 가져갔다. 이들은 현상금과 함께 후(侯)에 봉해졌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천하를 호령했던 영웅의 최후는 참으로 장엄했다.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키며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한 영웅을 후세사람들은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단어로 재기의 포기를 표현하며 몹시 아쉬워 한다.
여기서 항우는 충심(忠心)으로 이야기하는 정장의 말은 귓가로 흘리며, 자신의 신세 한탄만 하고 있던 것이 좀 아쉽게 느껴진다. 또한 패배를 하늘의 탓으로 돌리며 변명하고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모습은 대장군 답지 못하다. "하늘이 이미 자기의 패배를 결정했다고 단정하고 있는데 아무리 좋은 기회가 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고 재기의 의지를 스스로 꺾고 있었던 것이다.
'순자(荀子)'는 어록을 통해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운명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남을 원망하는 자는 곤궁에 빠지게 되고, 하늘을 원망하는 자는 뜻이 없는 자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항우에게 들려주는 듯하다.
항우가 재기를 포기할 당시 초나라는 모두 9개의 군(郡)을 관할했는데, 항우가 패전을 하고 자살하기 직전까지도 5개의 군은 여전히 항우의 수중에 남아 있었다. 그러므로 후인들 중에는 항우가 오강을 건너 재기를 노렸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강을 건넜어도 별 희망이 없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다.
천여 년 후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전자에 해당하는데, 그는 오강을 유람하다가 '오강정(烏江亭)'이란 시를 지어 일세의 영웅 항우가 오강을 건너 강동으로 가지 않고 자결한 것을 아쉬워하고 탄식해 마지않았다.
勝敗兵家事不期(승패병가사불기) 병가의 승패는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것
包羞忍?是男兒(포수인치시남아) 수치를 끌어안고 부끄러움을 견디는 것이 대장부지
江東子弟多才俊(강동자제다재준) 강동에는 젊은 호걸들도 많은데
捲土重來未可知(권토중래미가지) 흙먼지 휘날리며 다시 올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자기의 성공은 자기가 잘난 탓이고, 자기의 실패나 잘못은 남과 환경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내로남불), 심지어 하늘의 탓으로 돌리는 마음 자세로는 결코 올바른 자신을 정립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은 닥쳐온 고난에 쉽게 좌절하고, 작은 위기에도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인생사는 참으로 오묘하다. 반드시 실패를 담보로 성공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절망을 용기 있게 끊어버리는 순간 눈앞에는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夫天欲成就之 必先試艱險(부천욕성취지 필선시간험) 하늘이 어떤 사람을 성취시키려고 할 때는 반드시 먼저 어려운 일을 주어 시험해 본다.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있는 이규보(李奎報) 선생의 교훈이 생각난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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