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도전해야 할 때와 내려놓아야 할 때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도전해야 할 때와 내려놓아야 할 때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1-07-26 08:1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이사장
양성광 소장
최근 중국 청년층 사이에 '탕핑주의'가 유행하면서 중국 정부의 걱정이 크다. '탕핑'은 바닥에 눕는다는 뜻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는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생활 방식을 말한다.

이 말을 처음 SNS 웨이보에서 주장한 20대 청년은 2년간 직장이 없는 상태에서 매달 200위안(한화 3만5천 원)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비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매일 집에서 두 끼만 먹고 낚시, 산책 등 돈이 안 드는 여가 활동만 하고, 돈이 떨어지면 저장성의 영화 촬영소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해 번 돈으로 또 몇 달간을 산다고 했다.

그런데 탕핑족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는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하게 지낸다는 ‘사토리’ 세대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는 오포 세대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인 불황으로 취업하기가 어려워지자 삶의 의욕을 잃고, 팍팍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젊은 층의 생각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처음부터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취업 시장을 두드려보았지만, 몇 번을 실패하다 보니 천하의 강심장도 기가 팍 꺾이게 된다. 어찌어찌 취업한다고 해도 한 푼을 쓰지 않고 16.8년간을 저축해야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 베이징의 경우는 더 심해서 41.7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 현실이 이들을 숨 막히게 한다.



예전에는 가진 것이 없어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얼마 안 돼 집을 사고 사회적 지위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흙수저는 금수저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이 젊은이들의 패기를 짓누르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에 젊은이들 사이에 시작부터 포기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그런데 청년들이 하나뿐인 소중한 인생을 이렇게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이를 지켜봐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또 꿈꾸기를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 현실이 어렵다고 도피하면 나중에 도전하려 해도 너무 늦어서 정말 인생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들이 윽박질러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의 ‘라떼’ 시절을 얘기하며 훈계하려 한다면 그들은 점점 더 자신을 둥지 속에 숨기고 나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적 무력감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그들이 토로하는 답답함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것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도 인생 2막을 마주하는 것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알게 된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은퇴하면 자신이 속한 기관이나 조직의 보호막이 사라지는데,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인도 시대를 따라가면 청년이고 젊은이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노인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되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에 목표를 두라"고 강조했다.

지금 세상이 불공정해 보이고 답답해 보여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바르게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다. 도전할 때 도전하고,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정신분석가 디오도어 루빈은 "도전에 성공하는 비결은 단 하나, 결단코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10년을 한 우물을 파겠다는 심정으로 도전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젊은이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양보하고 배경이 되어 준다면 청년들은 기회를 얻고 희망을 느낄 것이다. 젊은이들이 처음 세상과 부딪치며 겪는 고통과 좌절감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두 손을 꼭 잡아준다면 이들은 머지않아 둥지를 박차고 나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