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설치된 이우환 작가 작품 '항' 모습 |
미술관 측은 10년 전 엑스포과학공원에 방치된 작품을 갖고 왔을 때부터 낙서가 있었고 매년 훼손품들을 복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훼손 사실을 알면서도 복원작업이나 재발 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93대전엑스포 당시 제작된 후 우여곡절 끝에 방치와 해체 논란을 일으켰던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논란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25일 지역미술계에 따르면 대전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설치된 이우환의 작품인 '항'이 제대로된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무, 돌, 점토, 철판 등 자연·인공물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노파 운동을 이끈 이우환 작가는 해외에서 백남준을 잇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다.
설치 당시부터 이 작가의 작품 의도를 제대로 부각하지 못한 채 방치에 가까운 설치라는 비판이 일었던 이 작가의 '항'은 우려대로 시민들의 낙서와 훼손으로 빛을 잃었다.
기자가 직접 작품을 들여다 보니 작품에 돌같은 날카로운 물체로 표면을 긁어 이름을 새긴 낙서들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 펜스나 작품 훼손을 방지하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지 않아 작품 존재감이 무색해 보일 정도였다.
항 작품에 쓰여진 낙서 |
야외 공원에 설치된 안성금 작가의 '현미경, 망원경'이란 작품에도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힌 낙서가 새겨져 있었다.
일각에서는 작품의 훼손 사실을 알았음에도 보존관리 담당자가 채용된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이 방치와 훼손 논란이 계속된 데 이어 지난 2019년 작품 운송 과정에서 1억 원 상당의 작품이 훼손되는 등 계속된 작품 훼손이 시립미술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 작품 관리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술관 측은 10년 전 엑스포과학공원에 방치된 작품을 갖고 왔을 때부터 낙서가 있었고 매년 훼손된 미술품들을 복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매년 한·두점 훼손된 작품들을 복원하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대대적인 예산 삭감으로 야외미술품 보존관리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항 작품에 쓰여진 낙서 |
안성금 작가 '현미경,망원경'에 쓰여진 낙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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