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2 대전과 부산과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김승섭이 대전 벤치로 달려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대전하나시티즌) |
대전과 부산은 나란히 4위와 5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양 팀 모두 승점 31점으로 같았지만 부산이 골득실에서 약간 앞서며 대전보다 상위에 올라있었다. 사실상 승점 6점짜리 경기로 승리하는 팀이 리그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기로에 있었다.
전반 37분 부산 안병준이 자신이 만들어낸 PK를 성공시키자 부산 페레즈 감독은 기쁨을 표호하며 대전의 벤치를 응시했다. 가뜩이나 PK판정에 불편했던 이민성 감독은 페리즈 감독을 노려보며 맞대응했다. 전반 45분 이종현이 동점골을 터트리자 이 감독 역시 기쁨의 세리모니를 부산 벤치를 향해 펼쳤다. 양 팀 벤치가 과열되자 주심은 이 감독에게 카드를 내밀며 주의를 줬다. 후반에도 이 감독과 페레즈 감독의 대립은 이어졌다. 선수들이 충돌할 때 마다 양 팀 감독은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펼쳤다.
외국의 리그에선 양 팀 벤치의 신경전이 종종 벌어지지만 K리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경기는 대전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두 감독의 감정 대립은 경기 후 총평으로 이어졌다. 페레즈 감독은 "각 팀들이 골을 넣었을 때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확인했으면 좋겠다. 리그의 모든 감독을 존중한다. 이민성 감독도 존중하며 오늘 승리에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민성 감독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이 감독은 "골을 넣고 좋아서 표현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드린다"며 "우리를 보면서 항의하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 페레즈 감독에 대해선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것 까지 신경 써아 하는 지 싶다"고 덧붙였다.
양 팀 벤치의 미묘한 신경전은 서로에게 존중의 의사를 표현하며 마무리 됐다. 좀처럼 보기 힘든 대립에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진도 취재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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