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작은 배려,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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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작은 배려, 나에게도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7-23 10:0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여명이 밝아온다. 암회색 새 한 마리가 베란다 난간에 앉아 있다. 늘 보던 집비둘기가 아니다. 좀 작지만 하는 짓은 영락없는 비둘기다. 섬에만 산다는 흑비둘기일리도 없고, 멧비둘기도 아니다. 모니터 너머로 눈길이 자꾸 간다. 웅크리고 앉아 잠자코 있다가, 털 고르기도 하고 좌우를 살피기도 한다.

아파트 층마다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있다. 새가 날아들어 쉬었다 간다. 좋은 모습만 보이다 흔적 없이 떠나면 얼마나 좋으랴. 쉼 없이 배설을 한다. 배설물이 묻으면 보기 흉 할뿐 아니라, 악취가 난다. 비라도 올라치면 냄새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묻은 곳이 변색되거나 부식된다. 그러다보니 그물망 치는 것을 비롯하여 각종 방지책을 강구한다. 건너편 아파트를 보자면 흉하기 이를 데 없다.

이사 와서 바로, 실외기 위에 장판을 깔아주었다. 집이라도 올려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보기 나쁠 것 같아서였다. 실외기 상하지 않도록 한 최소한의 손질이다. 덕분에 비둘기가 구구 노래하는 소리를 무시로 듣는다. 본의 아니게 둘이 앉아 나누는 사랑의 밀어도 듣는다.

바라보다가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본다. 새에게는 무엇이 의미일까? 어디로 갈까? 존재 와 번식이외에 의식이 있기나 한 것일까? 생존마저도 무의식 아닐까? 그저 일었다 사라지는 바람은 아닐까?



사람은 무엇이 되고자 한다. 그 의식 때문에 행과 불행이 있다. 어찌 보면 엄청난 논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끼며 즐겁게 살다갈까? 그것이 역사요, 현세이며 미래 아닐까? 바르게 살자, 의롭게 살자, 착하게 살자,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거기에 종교도 지대한 역할을 한다. 내세관까지 더해진다. 일설로 다 할 수 없는 심오한 세계다. 과문한 눈으로 보자면, 더 좋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아름답게 살자는 것이다. 영혼불멸설이 있는가 하면, 영생과 부활, 연옥, 천국과 지옥, 윤회와 환생, 해탈, 극락과 팔열지옥, 불로장생과 신선, 구천을 운운 한다. 내세는 현세의 결과물이 된다. 최상을 이루는 지름길이 바른 삶과 이웃사랑이요, 이타행이라 한다.

기의 집산으로 보기도 한다. 뭉치면 형상이 되고 흩어지면 무가 되는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은 윤회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역시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세는 훗날 무엇인가로 세상을 떠도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어디에도 회자되지 않는 것,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곧 해탈 아닐까? 악명으로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무간지옥은 아닐까?

해탈하자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그렇다고 세월을 탕진하자는 말은 아니다. 영욕에 매달리지 말자는 것이다. 현실생활을 아름답게 영위하는 일, 즐거움을 찾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즐거움이 구천을 떠도는 일이야말로 이상세계 아닐까? 품격 있는 즐거움은 어디서 올까? 좋은 문화예술이 그 중 하나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회는 정신적 풍요로움이 바탕이다. 필요조건의 하나는 될지언정, 경제력이 풍부하다고 반드시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풍요는 마음의 여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부족하지만 즐거움을 찾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행복하다. 문예부흥기란 것도 다를 게 없다.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권유하면, 소질이 없다, 젬병이다, 음치다 등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 자존감 상실로 해보지 않고 포기한다. 즐기고자 하는 일이 엄청난 재능을 필요로 할까? 감상이 무슨 재능을 필요로 하는가? 상대적으로 호응이 다른 경우는 있겠으나, 절대평가는 있을 수 없다. 문화는 우리 삶의 총체요, 예술은 아름다움의 추구다. 어느 것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면 그것이 곧 예술이다. 해서 스스로 즐거우면 되는 일이다. 단지, 나 혼자 즐기자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문화예술 활동, 오감으로 체험하며 동화되고 이해하는 구조가 되어있다. 우리 사회에 많은 판이 펼쳐져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 직장 및 가사일로 시간부족을 토로하는 사람 외, 가장 많은 사유가 자신감 부족이란 통계를 보았다. 누구나 표현욕구가 있다. 하다보면 당신 안에 숨겨진 탁월한 예술 감각이 뛰어 나와 기쁘게 맞이해 줄 것이다. 그를 통하여 알아가는 즐거움과 새로이 만들어 내는 행복감이 충만해 질 것임을 믿는다.

작은 배려도 나눔이요, 즐거움이다. 나에 대한 배려는 왜 하지 않을까? 의문이다. 즐거움의 선사로 나를 배려해 보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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