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코로나 이후의 건축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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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코로나 이후의 건축 환경

조한묵 YEHA 건축사사무소 대표

  • 승인 2021-07-22 14:03
  • 신문게재 2021-07-23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조한묵 (2)
조한묵 YEHA 건축사사무소 대표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고 있다. 요즘과 같은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하고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물리적으로 멀어져야 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칸막이가 생기고 테이블과 의자의 간격도 멀게 배치되는 등 사람이 머무는 공간의 형식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되었다. 건축계에서도 코로나 시대 이후에 변화될 도시적, 건축적 공간구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는데, 몇 가지 흐름을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거공간에서 쉽게 외기와 접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외부와 차단된 중정형 마당이나 외부 데크 등이 주택 공간 구성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리라 보는 것이다. 이는 환기의 편리성과 더불어 집에 있는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 있는 역할도 함께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유원지나 산에 가지 않고 내부 정원과 구획된 외부 공간에서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정과 외부 데크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조경 관련 분야도 더불어 발달하리라 본다. 요즘 인테리어나 가구업계가 호황이라는 말이 나오듯이 말이다.

둘째 공장에서 기계로 생산해서 배달 설치해주는 방식으로 건축방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현장에서 건축하는 방식에서 공장에서 기계가 주로 조립 생산하여 현장에 운반 설치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코로나 이후 배달 전문회사들의 매출이 폭풍 성장한 것에서 그 흐름을 절실히 경험하고 있듯이 건설 분야도 그런 현상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그때그때 용도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이 사무실, 홈 트레이닝 등의 장소로 쓰일 수 있고, 호텔이나 오피스텔 등이 환자 수용을 위한 격리병동으로 바뀔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건축물이 어떠한 팬데믹 상황에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넷째 숨 막힐 듯 건물이 빽빽한 도심 속에서 도시계획 차원에서 바람의 흐름이나 건물군과 건물군 사이에 거리를 둘 수 있는 녹지 공간 등의 자연요소를 계획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것은 개별 건물들의 사잇 공간과 법적 의무에 따라 형식적으로 만들었던 조경공간이 적극적으로 건물 내부와 관계된 외부공간으로 계획되는 것으로 연계 발전될 수 있다고 본다.

다섯째 질병의 확산 차단, 격리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건물의 기계적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갖춰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인데, 지금도 이미 건물 출입구에는 온도 체크와 소독을 할 수 있는 장치나 도구들이 필수적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반도체 공장의 크린룸에 들어가기 전에 설치된 에어 샤워실 같은 공간들이 건물 출입구에 설치될 수 있고, 주택 내부에도 가족 구성원이 감염되었을 경우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는 전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방이 필수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 온라인 수업이나 강의를 위한 장치를 갖춘 공간들이 필수 시설이 될 것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변화이다.

위에 예를 든 코로나 이후 예상되는 건축계의 큰 변화의 흐름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사람이 아파트 또는 이와 유사한 공동주택에서 밀집해 사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상황에는 매우 적용되기 어려운 변화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십 층의 주거에 하나의 엘리베이터를 공유하고 내외부의 소통이 불리한 공간구조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전은 도심 속 개별 단위 건물들이 헐리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고층 주상복합 건축물들로 급속히 채워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의 공간구조나 도시환경의 변화를 잘 수용할 해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건축 전문가들과 행정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한묵 YEHA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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