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한 밥상 지키미의 일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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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한 밥상 지키미의 일선 현장

남숭우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1-08-01 08:51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대전시 남숭우 보건환경연구원장
남숭우 원장
'미국의 작은 마을에 울새 서식지였던 느릅나무 군락이 병들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느릅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한다. 해가 지날수록 곤충을 잡아먹던 울새들이 번식할 수 없게 되고 서서히 죽어가면서 마주하게 된 조용한 봄…'

세계 100대 석학들이 선정한 '20세기를 움직인 10권의 책'으로 선정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이렇게 짧은 우화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폭로한다.

'침묵의 봄'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파괴되는 자연 생태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서서히 흡수돼 오랫동안 생물체 내에 존재하고 먹이사슬에 따라 축적돼 생태계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살충제 등 화학물질의 폐해, 그리고 그 대표적인 물질 DDT…

1950년대의 우리나라를 돌이켜보면 아이들의 머리에 기생하는 이를 잡기 위해 머리카락을 밀고 나서 살충제 DDT를 뿌려줬었다. 1960~70년대의 방역차에서 뿜어대던 흰 연기도 델타메트린이라는 살충제였다.



이제 DDT는 사라졌다. 그러나 살충제는 아직도 병해충과 잡초 등의 방제 농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농약의 오남용 등에 의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식품 특히 농산물 중의 잔류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량이라도 장시간 축적돼 먹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량의 잔류농약과 예상치 못했던 독성을 치밀하게 찾아내는 전쟁터 위에 필자의 일터인 보건환경연구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지만, 연구원은 첨단 장비와 새로운 분석기술,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특히 농산물을 지켜내고 있다.

농산물은 특성상 유통과 소비 기간이 짧고 이력 추적이 어렵다. 그러므로 전국 농산물의 63%가 거래되는 유통 길목인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신속하게 검사해 부적합 농산물 판매를 차단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보건환경연구원에는 오정과 노은동 도매시장에서 각각 농산물 안전성 검사를 24시간 수행하는 현장검사소가 있다.

물론 지금은 농산물 중 잔류농약의 위험성이 많이 알려져 있고, 관리도 한층 엄격해졌다. 대표적 제도가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제도: Positive List System)다. 이 제도는 농산물별로 등록된 농약에 대해 잔류 허용 기준을 설정해 관리한다. 또 그 외 기준이 없는 농약은 불검출 수준의 일률기준(0.01mg/kg)을 적용하는 제도다.

오정과 노은 도매시장의 현장검사소가 PLS 제도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PLS 제도를 준수하며 두 곳의 검사소에서 올 상반기에만 검사량이 2,734건으로, 그중 27건이 부적합 판정되고 2,850kg의 유해 농산물이 폐기됐다.

또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오는 10월부터 시약 사용량은 줄이면서 더 빠른 분석 시간, 검사 가능한 농약의 종류가 현재 248종에서 511종으로 확대되는 신규 신속 검사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의 2배가 넘는 분석농약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질량분석기와 같은 첨단 장비를 활용한 새로운 검사법이 확립되면 잔류농약을 10억분의 1(ppb)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비유하자면 용운동 국제수영장에 떨어트린 반 티스푼도 안 되는 잉크를 감지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까다로운 검사가 24시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이해한다면 더욱더 안심하고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친환경으로 엄선된 농산물이 우리네 밥상에 오를 수 있도록 도매시장 현장검사소는 오늘도 24시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남숭우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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