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미안해 아이야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미안해 아이야

임효인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 승인 2021-07-21 15:10
  • 신문게재 2021-07-2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임효인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또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21개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숨을 거둔 지 겨우 석 달 만이다. 이번엔 그보다도 삶을 살아내지 못한 20개월 아이가 아이스박스에서 발견됐다. 어린이집 원장에 의해 21개월 아이의 숨이 끊어진 비극이 채 잊히기도 전인데, 이번엔 친부모가 아이를 사지로 몰아냈다. 생일을 단 한 번밖에 맞이하지 못한 아이가 차가운 아이스박스에서 부패하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우는 아이 달래는 법을 알지 못했던 것인지, 그 아이를 세상과 영영 작별하게 하는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범했다. 아이의 친부는 죄를 인정했다. 우는 아이가 짜증 나 이불로 돌돌 말아 숨이 끊어질 때까지 때렸다고 한다.

올 초 대한민국은 정인이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주변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는 자기 일처럼 슬퍼했고, 거리에서도 정인이를 세상과 작별하게 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이의 달라진 표정이 국민에게 준 충격이 너무 컸던지라, 어른들은 상처 입힌 누군가를 엄벌하고 제2의 정인이를 없게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그날 이후 세상은 더디게나마 바뀌는 듯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치가 강화됐고 정부나 지자체는 관련 분야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어린이 체벌 금지와 상충하던 민법이 개정돼 어린이에 대한 모든 체벌이 법으로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어린아이들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커져 관련 소식이 더 활발히 전해지는 영향도 있겠지만 잔인한 사건들이 좀처럼 줄어든 느낌은 받기 어렵다. 가장 많은 아동학대가 친부모에 의해 일어나지만 다른 잣대나 기준을 들이대는 분위기도 여전한 듯싶다. 아이를 숨지게 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분노의 크기가 달라지는 느낌은 나뿐인 걸까. 또 한 명의 아이에게 마음의 빚이 생겼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을 밝혀내려 분투하던 한 인권변호사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21개월 생명이 여기저기 부러지고 부서진 채 생을 마감하는 동안 마을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나는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며 또 한 명의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길 바라며. 임효인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한화그룹 충청지역봉사단, 김장나눔 대축제로 이웃사랑 실천
  5. 모로미찬본점 김난영 대표,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 가입
  1.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6강 연저지인
  2.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3. 국제휴먼클럽! 어려운 이웃과 장학생에게 따뜻한 사랑 전하다
  4. 소비자 분쟁 발생시 1372를 눌러주세요!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12월3일 화요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