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
올 초 대한민국은 정인이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주변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는 자기 일처럼 슬퍼했고, 거리에서도 정인이를 세상과 작별하게 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이의 달라진 표정이 국민에게 준 충격이 너무 컸던지라, 어른들은 상처 입힌 누군가를 엄벌하고 제2의 정인이를 없게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그날 이후 세상은 더디게나마 바뀌는 듯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치가 강화됐고 정부나 지자체는 관련 분야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어린이 체벌 금지와 상충하던 민법이 개정돼 어린이에 대한 모든 체벌이 법으로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어린아이들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커져 관련 소식이 더 활발히 전해지는 영향도 있겠지만 잔인한 사건들이 좀처럼 줄어든 느낌은 받기 어렵다. 가장 많은 아동학대가 친부모에 의해 일어나지만 다른 잣대나 기준을 들이대는 분위기도 여전한 듯싶다. 아이를 숨지게 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분노의 크기가 달라지는 느낌은 나뿐인 걸까. 또 한 명의 아이에게 마음의 빚이 생겼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을 밝혀내려 분투하던 한 인권변호사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21개월 생명이 여기저기 부러지고 부서진 채 생을 마감하는 동안 마을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나는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며 또 한 명의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길 바라며. 임효인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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