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나무연구사가 수목방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전 공립 나무병원 제공 |
한밭수목원 나무병원에서 근무하는 박민우 연구사의 얘기다. 사람도 아프면 증상을 보이듯이 나무도 아프면 시들거나 이유 없이 잎에 반점이 생기는 등 분명하게 표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살아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관심만 기울이면 이상하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박민우 연구사가 벚나무사향하늘소 나무를 진단하고 있다. 사진=대전 공립 나무병원 제공 |
'나무병원'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반병원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듯 나무병원도 나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곳이다.
박민우 연구사는 "동물로 예를 들자면 주인이 어떻게 관리하고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나무도 마찬가지다. 조경수, 가로수 등 나무는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심어 놓는다고 무작정 잘 자라지 않는다. 토양, 기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나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무의 병을 치료하는 내과적 치료법인 '수간주사'를 박민우 나무연구사가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전 공립 나무병원 제공 |
박민우 연구사는 "나무의 전반적인 생사를 가르는 요인에는 병해충이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나무의 수종, 언제 심었는지, 배수는 잘 되는 땅인지, 물을 주는 주기는 어땠는지 등의 요인이 나무를 시들게 하는데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기 전 문진을 하듯, 나무도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생육 환경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으로 따지면 나무병원까지 찾아오는 나무들은 말기 환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사전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나무병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관련 정보를 파악한 후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먼저 상담한다.
박민우 나무연구사가 수목진단을 하기 위해, 수목 내부 단층촬영을 진행 중이다. 사진=대전 공립 나무병원 제공 |
박민우 연구사는 "다양한 나무를 관리해왔지만, 그래도 크게 관심이 가는 건 아무래도 괴곡동 느티나무"라며 "덩치가 큰 사람이 작은 차를 타면 좁고 불편하듯이 나무도 마찬가지로 부피가 커지면 그만큼의 건전하고 큰 토양이 필요하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생육 환경을 개선해 줘야 할 점이 많아, 토양, 물, 양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나무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박민우 연구사는 정식 나무의사는 아니다. 그러나 수목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나무를 좀 더 쉽고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전달하고자 한다.
박민우 연구사는 "나무도 병이 들면 처방전에 따른 농약만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처방전으로 쓸 수 있는 법적으로 등록된 농약이 많지 않다. 이를 전국 나무병원에서 직권으로 등록하고 있는데, 등록하기 전엔 실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무에 일부러 해충을 넣고 통계 자료를 만들어 국가에 신고한다. 이런 과정은 민간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나 실험이 이뤄지는 곳이 없어 공립 나무병원에서 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나무의 병증을 진단하고 치료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에 따른 필요한 농약 실험 과정도 거치는 그의 목표는,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의 환경이 조금이나마 편리해지는 것이다.
그는 "나무병원에서 나무 증상에 따른 등록된 농약을 많이 연구해 시민들이 좀 더 건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나무 증상에 즉각 대응이 가능한 고시 등록된 농약이 많이 있고, 좋은 약이 사람들 주위에 많이 있으면 좀 더 나무를 건전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역할을 나무병원이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목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 사람들이 관리하고 쉽게 키울 수 있는 역할을 도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소희 기자 shk3296@
박민우 연구사가 수목외과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전 공립 나무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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