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린아 변호사 |
한 인터넷 카페에 수임한 형사사건의 소송과정과 결과에 대한 게시글을 올렸는데, 그 글에 누군가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먼저 간략히 해당 사건의 소송과정을 소개하면,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던 피고인이 과도한 음주 상태에서 수시로 폭력성이 발현돼 가족 등에게 수차례 폭력을 행사했다. 가족이 피고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형사 고소한 이후 가족에게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는 혐의까지 더해져 구속 재판을 받았는데, 보복 협박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다가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
애초 피고인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피해자 역시 사실은 피고인이 보복 협박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피해자는 막상 증언대에 서자 또다시 피고인이 보복 협박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 후 1차 증언을 번복하는 2차 증언을 했지만, 결국 수사과정에서의 진술과 1차 증언의 신빙성이 인정돼 도리어 피고인에게 더욱 무거운 처벌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1심에서는 국선으로, 항소심에서는 사선으로 변호를 맡게 된 필자는 고민에 빠졌는데, 애초에는 보복 협박을 하지 않았다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일치하기에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피해자의 수사과정 진술, 1·2차 증언 당시의 태도를 보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피고인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자백하는 경우와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 예상되는 결과와 그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전부 자백을 하고 피해자들과의 합의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변론 방향을 바꿨고,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서 피해자들 전부와 합의한 점,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가까스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게시글의 요지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꼼꼼하게 기록을 검토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변론을 했다"는 것이었는데, 엉뚱하게도 필자를 비방하는 댓글이 달렸다.
문구 그대로 옮기면 "술 처먹고 실형 살 범죄자를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집행유예 받아줬으니 범죄자들 나한테 금융치료 하라는 거?"였는데, 게시글 내용을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 비난이기는 했지만, 근원적인 생각은 '나쁜 놈들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 변호인의 조력으로 감형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명백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행동이 죄가 되는지, 죄를 지었다면 얼마나 큰 죄인지, 그 사람이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사회에서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벌이 적당할지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사람을 죽였어도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단순히 때렸는데 의도치 않게 사망한 것인지, 살인의 고의가 있었더라도 계획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 반성하고 있는지 아닌지 등에 따라 적정한 형벌의 종류와 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인으로서는 우선 피고인의 말을 믿어줘야 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피고인이 지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받을 수 있게끔 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치료'를 운운하면서 필자를 비방하는 댓글에 순간 '깊은 빡침'을 느꼈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댓글을 남겼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은 것이 아닙니다. 인정해야 할만한 범행에 대해 자백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함으로써 선처받은 것이지요. 누구든 자신 또는 가족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무죄를 받기 위해 또는 최대한 적은 형량을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것은 당연한 기본권이며 피고인을 돕는 것이 변호인의 임무입니다"
오늘도 교도소에 간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 하러.최린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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