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룡 디지털룸 디지털팀장 |
자치단체간 과열경쟁만 부추기다 결국 서울로 결정한 국립한국문학관에 이어 이건희 컬렉션마저 서울로 결정나면서 활용 방안만 놓고 10년째 지지부진한 충남도청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 스스로 균형발전에 저해하는 정책추진으로 문화예술분야의 수도권 초집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소장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불거진 지자체의 이건희 컬렉션 유치전은 결국 20개 지자체를 들러리만 세우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으로 결정됐다.
균형발전의 상징 도시인 세종시와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었던 서산시, 그리고 도청사 활용을 내세운 대전시 유치전에 나선 충청권은 이번 지역 패싱 입지 결정에 허탈해 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부정할수 없는 지역의 정치역량의 한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되풀이돼온 수도권 우선주의가 균형발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돼 왔다는 점은 우려를 넘어서 위기로 다가온다.
실제로 지난해 1월 1일 기준 전국의 미술관 267개소 중 105곳(39%)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최근 10년간 세워진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21곳 중 8곳(38%)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국가주도의 국립미술관 4곳 중 3곳이 서울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던 국립한국문학관 입지도 자치단체의 과열을 이유로 공모 절차를 백지화한 후 2년 뒤 서울 은평구 기자촌 근린공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일찌감치 세종이전으로 결정됐던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일부 민속학계 등의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다 이제서야 본궤도에 올랐다.
지역 문화계는 이 같은 서울중심의 정부 정책이 10넘 넘게 지지부진한 도청사 활용에도 그대로 재현될을 우려하고 있다.
'도청이전 특별법'에 따라 부지 매입이 완료되면서 올 연말이면 충남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충남도청사 활용안은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립근현대사박물관 건립 공약이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국립 철도박물관' 유치 사업도 답보상태인 가운데, 현재 대전시가 추진하는 현대미술관 개방형 수장고 유치역시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
시는 방대한 기증 물량으로 인해 포화율이 93%로 이르는 현대미술관의 수장고 증설에 대한 논의에 맞춰 도청사 본관동과 주변공간을 대형 아트리움 형태의 개방형 수장고로 건립하는 안을 문체부에 제시했지만, 정부가 서울 중심 사고를 계속하는 한 별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다.
문체부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체육관광기술진흥센터, 문화예술인재개발원도 원도심 공동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도청사 활용에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근대건축물인 도청사를 감안한 결정도 아니어서 지역의 문화 경쟁력을 키울 문화인프라도 아니다.
참여정부의 맥을 이어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기조로 제시한 정부가 말뿐인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정권말이 될수록 짙어지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웠던 정부의 의지가 제대로 실천되는 것을 보고 싶다.
오희룡 디지털룸 디지털팀장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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