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식탁: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2. "건강한 맛? 맛있는 맛!"

  • 경제/과학
  • 유통/쇼핑

[유난한 식탁: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2. "건강한 맛? 맛있는 맛!"

  • 승인 2021-08-03 08:58
  • 수정 2025-01-21 14:31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컷-비건







채식 열풍 타고 대전서 속속 문 여는 비건 식당… 환경·동물윤리 공간
동물성 재료 사용 않고, 다른 주방서 요리도… 무포장 식당도 등장

 

 

비건
대전 갈마동 '비건바닐라'는 '비건' 빵집이다.

깔끔한 외관과 모던한 인테리어만 보면 여느 디저트 식당과 다를바 없지만, 이곳의 빵과 쿠기들은 모두 밀가루 대신 유기농 현미를 만든다.

재료 역시 동물성 버터, 달걀, 우유 대신 채소로 만든 대체제로 만들고 하얀 쌀, 정제 설탕, 글루텐, GMO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베이커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포장용기도 손님들이 직접 가져와 담아간다.

비건바닐라 사장은 "비건이 아닌 손님도 가게 빵을 맛본 후 '비건빵도 맛있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다"며 "처음 가게 문을 열 때만 해도 대전엔 비건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 현미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비건 안주와 비건 술을 파는 맥주집, 비건 메뉴는 아예 다른 주방에서 요리하는 중국집까지 채식열풍을 타고 대전 곳곳에서 비건 식당이 문을 열고 있다.

소셜미디어 채팅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충청도 비건 커뮤니티에 공유된 채식 식당은 106개다.

비건 옵션을 제공하거나 완벽한 비건은 아니더라도 고기와 수산물, 동물의 알은 먹지 않고, 우유와 유제품, 꿀은 먹는 '락토'와 같은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비건을 실천한 지 3년이 됐다는 비건바닐라 사장은 음식뿐만 아니라 옷, 화장품 등 일상에서 동물성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버터나 마요네즈 같은 것들도 꼭 동물성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비건 버터, 비건 마요네즈도 직접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KakaoTalk_20210802_151149548
비건바닐라 앞에 높여 있는 안내판.밀가루, 달걀, 버터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써 있다. /이유나 기자
'비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건강하지만 맛이 없다'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보통 샐러드만 먹을 것이라고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흥동 문화 복합문화공간인 M식당은 일시적으로 비건 안주와 비건 술을 제공하는 팝업 바를 운영한다.

지난 9일에 시작해 10일 22일, 23일, 24일 팝업바가 열린다.

자두 살사 소스를 올린 타파스(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 감자샐러드, 비건 소시지, 구운 버섯, 비건 라구(채소와 함께 고기를 뭉글한 불로 끓여 만든 양념을 많이 한 스튜)와 프렌치 롤(껍질이 바삭바삭한 둥근 빵)이 안주로 나온다.

맞배집 사장님
"매출보다 중요한 건 비건이라는 가치에요" 맞배집을 운영하는 김우리씨(왼쪽)와 김다영씨(오른쪽)/이유나 기자
맞배집을 운영하는 김우리 씨와 김OO 씨에게 비건 팝업바는 매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거니즘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다. 비건 인플루언서에게 조언을 듣고 유튜브, 해외 레시피 등을 보고 실험하고 연구한다. 와인 하나를 고를 때도 비건 인증마크가 있는 것을 고르고 없으면 본사에 연락해 확인한다. 술은 마지막 찌꺼기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달걀 흰자를 사용하고 꿀을 넣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식료품 성분, 생소한 화학제품 하나하나를 확인한다.

맞배집
77월부터 비건 팝업바를 여는 대흥동의 맞배집. 소시지와 라구소스, 프렌치 롤. 놀랍게도 모두 비건이다./이유나 기자
하지만 '아무튼 비건'의 저자 김한민은 "모르는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들을 금욕주의자로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비건인이 비건을 하면서 비로소 음식의 진짜 맛을 알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 했다.

실제로 비건을 내건 식당들은 모두 샐러드만 파는 곳이 아니다.

비건 메뉴는 아예 다른 주방에서 할 만큼 철저한 중국 음식점을 비롯해 비건 브런치, 비건 디저트, 비건 샤브샤브까지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다.

"비건으로 부탁해요" 한 마디면 알아서 제공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비건 인구가 많지 않은 대전에서 비건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모험'과 다를 바 없다.

비건 메뉴가 있는 중식당 태원을 운영하는 고록안 씨는 "비건이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손님층이 얇다"며 "한국엔 비건이 보편화하지 못해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에도 채식 식당이 속속히 생기고 채식 메뉴를 개발하는 이유는 동물과 환경, 건강을 소중히 하는 '비건'이란 가치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이유나 기자

중식당 태원
비건 메뉴가 있는 탄방동 중국 음식점 태원. 비건 짬뽕과 버섯 탕수, 비건 짜장면./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1.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5.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