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필 필한방병원장이 '필(必)환경운동' 일환으로 학생들의 그림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
-필한방병원이 대전 제1호 그린하스피탈(GREEN HOSPITAL)이 되었는데, 어떤 취지인가?
▲녹색병원이면서 친환경을 추구하는 한방병원이 되고자 한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나 지금은 개인적 친환경 운동을 넘어 기관과 단체가 나서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제가 운영하는 병원부터 친환경을 실천해 직원들이 동참한다면 개인차원의 노력 이상의 환경보전 효과가 있을 것이고, 다른 기관에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약을 담는 포장지부터 코팅하지 않은 생분해 재활용 용지로 바꾸었고, 쉽게 버려지는 A4용지는 이면지 등으로 재사용해 폐기물을 줄이고 있다. 또 저를 포함해 직원들은 출퇴근 시 환경에 부담이 적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병원식당에서 잔반을 남기지 않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저희가 친환경을 실천함으로써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은은하게 스며들기를 바라는 것이고,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늦을 수 있다는 고민에서 실천하게 됐다.
윤제필 필한방병원장이 추나요법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
▲저희집 아이가 전국 랩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보고,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랩으로 만들면 어떤 수단보다 전달력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후위기와 환경의 문제가 우리 생존의 문제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선택하면 좋은 친(親)환경이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필(必)환경 시대가 되었는데 청소년들이 환경에 대해 고민하도록 돕고 이를 랩으로 만들어 두루 듣고 공유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프로듀서 PK헤만이 심사위원으로 재능기부를 해주어 제1회 필(必)환경 랩-노래 공모전을 온라인에서 성황리에 진행할 수 있었다.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약 두 달 간 온라인 공모로 진행돼 30팀이 자신의 필환경 랩을 만들어 응모했다. '환경을 위해서 gogo', '지구의 대변인' 등 응모한 청소년 랩 하나하나가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아 그들의 표현과 리듬으로 풀어내어 인상 깊었다. 감히 제가 평가한다면 응모에 응한 청소년들의 필환경 랩은 모두가 100점 만점이었다.
-병원이 선택할 수 있는 공익활동으로 다른 것들도 많았을텐데 환경운동을 실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6월 환경의날에 맞춰 필환경 그림 공모전도 함께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이 참여해주었다. 그림은 아이들이 그리더라도 어떤 주제로 그림을 그릴 지 부모와 함께 고민하면서 학부모까지 필환경을 고민하고 실천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환경을 생각하고 그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인류와 지구를 위한 영웅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병원의 홍보나 남들에게 돋보이는 활동은 아니지만, 대전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제가 지역사회에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앞으로 필환경 랩공모전과 그림대회를 꾸준히 개최할 계획이다.
-스리랑카와 에티오피아처럼 열악한 의료환경의 국가에서 의료봉사를 수년간 실천했던 경험도 필(必)환경 운동에 영향이 있었나?
▲2000년대 초 전문수련의 1년차 때 한의사해외의료봉사단(KOMSTA)를 통해 스리랑카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제 생애에 첫 해외 경험이었고, 치료손길을 찾아 6시간씩 걸어온 현지인을 진료하며 큰 영감을 얻었다. 의료봉사 기간 조금 더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는 환자를 두고 귀국하는 게 무척 아쉬웠다. 해외에 제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방의 세계화라는 꿈도 갖게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레지던트 3년차 때 다시 스리랑카 의료봉사를 지원해 다녀왔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통해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제협력한의사로서 2004년부터 3년 가까이 해외봉사했다. 국제협력한의사로서 근무할 수 있는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대신 가장 빈약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를 선택했다. 이때 침을 중국의 것으로 알고 있는 해외에서 한국의 앞선 전통의학을 세계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또다시 절감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한한의사회 국제이사를 맡은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다. 2009년 자생한방병원에 근무할 때 미국 진출을 주도해 플러툰시에 플러툰 병원을 세우고 이후 LA,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등 10곳에 분원을 만들어 한방을 미국에 정착시켰다. 프로골퍼 최경주, 최나연 선수를 비롯해 야구 선수 추신수, 류현진, 임창용 등을 이때 만나 직접 진료했고 지금도 이들과 인연은 이어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네트워크 병원을 구축 중인데 한방병원이 지향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한방병원에 세계화와 과학화 그리고 대중화에 목표를 두고 5년 전 병원을 대전에 세웠다. 미국에서 한방병원을 개원하고 또다른 열악한 의료국가에서 봉사하면서 결국에는 우리나라에 가장 모범적의 한방병원을 세우는 게 세계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의학을 배우려는 외국 의사들이, 한방을 체험하려는 외국의 환자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 병원을 견학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면 굳이 제가 해외에서 병원을 하나씩 세우고 환자를 한 명씩 만나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 한방병원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국내 유수의 한방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저의 비전에 뜻을 같이 분들을 모셔 서울과 청주에 각각 네트워크병원을 구축했다. 일반 시민들의 한방치료 대중화를 위해 급여화된 진료를 중심으로 환자들에게 문턱을 낮췄다. 비급여 진료도 꼭 필요한 환자에게 합리적으로 적용해 한방치료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역사회 반드시 필요한 병원되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는데. 시민들께서 한방병원에 대해 요구하는 게 무엇일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병원에 이름을 철학(Philosophy)에서 가져온 '필(Phil)'으로 정했다.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전통의학에서 가장 발전한 최신의 진료를 만나고 싶다면 중국 아닌 한국을 가야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한방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고 싶다. 또 지역사회 반드시 필요한 병원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지역에 한의사 전문의를 배출하는 수련병원으로서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대담=오희룡 디지털룸 부장·정리=임병안·사진=이성희 기자 victorylba@
-윤제필 병원장은 누구?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 박사 ▲남대전고 졸업 ▲KOICA 국제협력한의사 역임(에티오피아) ▲메이저리그, PGA, LPGA 한국인 선수 주치의 ▲前 자생한방병원 미주본부장/대표원장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 ▲LA 상공회의소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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