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 예술의 산실 대전 중구문화원-제23회 보문미술대전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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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톡] 예술의 산실 대전 중구문화원-제23회 보문미술대전을 감상하고-

김용복/ 예술 평론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19 11: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노덕일 중구문화원장이 이끌고 대전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대전중구문화원은 살아 숨 쉬는 문화의 산실이다.

보라, 보문미술 대전이 올해로 23회 미술대전을 개최하여 그 역사를 자랑함과 동시에 수많은 서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을 비롯한 후진들을 배출시키고 기존 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작품들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지 않는가?

총 735점의 작품이 출품되어서 각축을 벌였고, 각 부문별 대상 6점을 비롯하여 우수상 10점과 특별상 10점, 특선 127점, 입선작 253점 등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초대작가상에는 수채화의 전은경 작가(여)가 선정되었다.

영예의 대상은 원다니엘(평면미술1한국화) '상생', 김정빈(평면미술2양화) '시간 여행', 박순희(평면미술3 수채화) '천년의 사랑', 백선영(입체미술 조소,공예) 공예 '관복', 설정옥(평면미술4 판화,디자인) 판화 '물들이다2', 백선영(입체미술 조소,공예) 공예 '관복', 한영순(서예,전·서각,캘리그래피) 서예 '매월당 시' 등 6명의 작품이 차지 했다.



노덕일 중구문화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로 고통이 심함에도 그 어느 대회 때보다 많은 작품이 출품되어 한국미술인들의 단결된 모습과 보문미술대전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에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며 흐믓해 했고,

대전문화재단 심규익 대표이사께서도 "공정한 심사를 거쳐 입상한 작가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하여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시길 기원한다"고 하였다.

문화예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박용갑 중구청장께서도 "함께, 행복의 크기를 키우는 중구에서 제23회 보문미술대전을 개최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회를 위해 애써주신 노덕일 중구 문화원장과 수상자 여러분께 감사와 아울러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고 하였으며,

김연수 대전중구의회 의장께서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침으로써 중구 예술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출품자 여러 작가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축하의 말을 하였던 것이다.

이어서 정장직 심사위원장은 총평을 통해 "보문미술대전 역사상 가장 많은 735점의 작품이 출품 되었다. 올해 출품작들의 경향과 비전은 독특한 표현기법, 창의적인 재료, 웅장한 표현 공간에서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자랑부터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한국화 분야 평면미술에서 특선을 받은 이용섭 화백의 아들 내외에 대한 자랑이다. 공교롭게도 필자가 찾은 그 시간에 젊은 부부가 이용섭 화백이 그린'종각이 보이는 풍경' 앞에서 필자를 보더니 "저의 아버님께서 그린 작품이라"고 하면서 작품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도 며느리가.

부러웠고 자랑스러웠다. 한국 며느리들의 부모님을 섬기는 자랑스러운 모습이 이들 젊은 부부에서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기뻤으랴!

다음으로 수백 편의 그림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들 몇 편을 자랑삼아 소개해보자.

우선 대전광역시 초대작가이신 박헌오 작가께서 출품하신 '동경(銅鏡)의 표정'.

가죽나무에 아로새겼다 한다.

동경(銅鏡)의 표정

박 헌 오

-파랗게 녹이 핀 동경 속을 들여다보니/ 일그러진 얼굴 반쪽 천진하게 웃고 있다

덧칠한 꿈도 말라붙어/ 뒤틀린다 뜨거운 몸/ 말갛게 닦고 보니 내 얼굴에 녹이 폈다

함부로 쓴 삶의 자국 끊기고 엉긴 주름/ 비단 폭 혈서로 쓴 만사(輓詞)

펄럭인다 동경 가득

바위에 뿌리내린 사랑의 고백들/ 홀씨 되어 띄운 이름 눈감고 어디 가나

옛 꽃은 가슴에 피고 / 오늘은 또 옛 꽃 된다 -

그렇다. 동경(銅鏡)은 역사의 거울이고 사회의 거울인데 닦고 보면 자신의 얼굴은 맑지 못한것 같아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는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성숙함을 표현한 시가 아니고 무엇이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삶을 사는 박헌오 작가님이 존경스럽다. 우리 모두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박헌오 작가처럼 자신을 닦고 또 닦으며 사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이 초대작가 상을 수상한 전은경 화백이 그린 '카라꽃과 여인'.

전은경 화백은 파란색이 자주 등장하고 그림마다 개성이 잘 드러나 전시회 때마다 필자의 눈에 자주 띈다.

이번에 그린 '카라꽃과 여인'에서는 순수함, 열정, 환희, '천 년 사랑'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하얀 카라꽃과 생각하는 여인의 포즈를 조합해서 그린 그림이다. 흰 카라 꽃 속에 묻힌 여인이 아름다운지, 반 나체의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카라꽃이 아름다운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림 속의 주인공이 얼굴을 돌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은경 작가는 자신의 반 나체를 그려 놓고 자신을 공개할 수 없어 그렇게 고개를 살짝 돌려놓았을 것이다. 그림 밑에 소개 돼 있는 전은경 화백의 머릿결 모습과 웃는 얼굴 모습을 비교해 보라, 아니 그런가. 분명, 이 조화를 이룬 그림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살폿한 한국 여인의 마음이 내포돼 있으리라. 그래서 사랑하고 싶은 여인 전은경.

다음으로 눈에 띄는 작품 서미라 작가의 'Now is good/etching'

동판화 속에 새겨진 것은 어둡게 보이는 겨울 나무들이지만 서미라 작가는 나목(裸木)을 아로 새겼던 것이다. 나목(裸木)은 잎이 떨어져 죽은 듯이 보인다. 하지만 니들의 날카로운 촉 놀림에 이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이다. 고목 같았던 나무에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기쁨을 상상해보라. 그래서 고통스럽더라도 희망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순간이 좋은 것이다. 아니 그렇소, 서미라 작가님.

참고 기다리자. 희망이 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창유 작가의 '꽃 향기와 선율3'

능소화 늘어진 꽃그늘 아래 트럼펫의 열정적인 음률에 꽃잎이 휘날리고, 금방이라도 장미꽃 향기로운 선율이 흘러나올듯 싶게 악기 주변을 꽃물결처럼 부드럽게 표현한 그림 '꽃 향기와 선율3'.

꽃향기 아닌 삶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때 행복에 젖어든다고 한다. 꽃향기를 맡는 순간은 기분이 좋지만, 삶의 향기를 맡게 되면 행복에 젖어드는 것이다. 거기에 트럼펫의 은은한 멜로디가 흐른다면 어떨까? 우리 인간들은 바쁜 일상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뜻을 함께하며 사는 아내나 연인, 그리고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한다면 그 행복의 극치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끈 작품이 서정목 교수의 홍매화.

서 교수는 매화를 잘 그렸다. 그것도 홍매화를. 홍매화는 우리의 화폐 가운데 고액권인 오만원 짜리 지폐 뒤에 그려져 있다. 앞면에는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뒷면에는 홍매화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매화는 매난국죽 중 맨 앞자리를 차지할 만큼 조선 시대 선비들이 가까이한 꽃이다. 시·서·화 등에도 빠짐없이 등장해왔으며 천 원짜리 지폐 앞 면에도 흰색의 매화가 방긋이 웃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문화재청은 오랜 세월 우리 생활·문화와 함께해온 매화 4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바 있다.

강릉 오죽헌 율곡매(천연기념물 제484호), 구례 화엄사 매화(천연기념물 제485호), 장성 백양사 고불매(천연기념물 제486호), 순천 선암사 선암매(천연기념물 제488호)가 그것이다.

오만원권 지폐에 그려져 있는 홍매화는 조선 초기 건축된 강릉 오죽헌 내 자리하고 있다.

이 홍매화를 자주 그리는 서 교수는 아마도 율곡매를 그려 자신의 고고한 선비정신을 나타내려 했을 것이다. 매화에 숨겨진 이야기는 얼마든지 많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자.

노금선 작가의 '낙엽의 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꿈'보다는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생명의 젖줄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무슨 꿈이 있겠는가? 그러나 노금선 작가는 낙엽이 가지고 있는 꿈을 상상으로 그려냈던 것이다. 그래서 작품 전체를 푸른색으로 그렸다. 그리되 한 치의 '여백의 미'도 허용하지 않았다.

푸른색은 젊음을 나타내며 목의 기운을 상징하기도 하고, 방향은 동쪽과 동남쪽을 상징한다. 계절은 봄으로 생성, 성장과 동시에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중용을 상징하는 색이다. 노금선 작가는 푸른색에 변화를 주기 위해 흰색 낙엽, 노란색 낙엽, 붉은색 낙엽을 섞어 활력이 넘치는 변화를 주었다. 그래서 낙엽은 떨어지되 꿈이 있는 것이다. 아니 그렇소? 팔방미인 노금선 작가여!

다음으로 서은희 서예가의 '상락아쟁(常樂我爭)'

나와의 싸움이 즐겁다고 했다. 그것을 능청거리는 예서체를 사용해 표현했던 것이다. 서예가 서은희만이 가지는 익살인 것이다. 예서체는 한무제 때 국가 정식문자로 지정을 받았다.

서예가 서은희는 예서체 특징을 잘 살려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었을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이 즐겁다'고. 자신과의 싸움은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다. 지금 보라. 국민의 대권 기대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우리나라 역사 인물들 가운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인물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익살을 부렸다 즐겁다고. 화가 서은희를 만나 그 익살스런 모습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나눠야겠다.

마지막으로 김정수 화백의 '춘래불사춘'

김 작가는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라 했다. 그래서 화폭에 박쥐를 그렸다. 박쥐는 변신의 달인이다.

보라, 코로나19로 인해 살벌한 우리나라 분위기를. 마스크가 없으면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대중교통은 물론 관공서 출입이나 병원, 식당 출입도 못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국가적인 기념일이 다가오면 기승을 부렸다가 기념일이 지나면 슬그머니 줄어든다.

박쥐는 날개를 펴면 새요, 접으면 쥐가 되는 성격의 동물이다. 그래서 김화백은 박쥐 대가리를 그리되 몸뚱이는 변신을 시켜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동물을 그려 붙였다.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현숙희 작가의 '유유자적', 편인환 작가의 '가을 아침에', 황현미 작가의 '그리움', 송인권 화백의 '초가집' 등은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하게 숨어 있을 것 같았다. 작가를 만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겨둬야 겠다. 내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부 좀 드리며 끝을 맺자.

대전문화재단 심규익 대표이사님, 이들의 작품을 감상해 보시니 기분이 어떠신가요? 문화재단의 후원 없이는 23회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대전의 많은 예술 단체들에게 이사님의 지원을 기대해봅니다.

김용복/ 예술 평론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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