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내포본부 기자 |
충청대망론의 불씨가 지펴지기도 전에 사그라들었다. '후'하고 부니 '훅'하고 꺼졌다. 진성 충청 출신이자 4번의 금배지를 달고, 여당 사무총장과 최고위원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도백의 양승조 지사가 물려받은 충청대망론의 바통은 출발 선상에서 좌절됐다. 뭉쳐지지 않은 탓이 분명하다. 조직 동원이 가능한 금배지 중 단 두명만이 그를 도왔을 뿐이다. 무소속을 포함해 20명 중 문진석(천안갑). 이정문(천안병) 의원이 전부다. 초선부터 재선까지 각자 정치적 의사에 따라 갈렸다. 황운하(대전 중구), 강준현(세종을)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조승래(대전 유성갑)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를 밀었다. 어기구(충남 당진), 박영순(대덕 대덕), 홍성국(세종갑)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다. 장철민(대전 동구) 의원은 정 전 총리와 단일화 한 이광재 의원에 섰다. 김종필부터 이회창, 이인제, 반기문, 안희정 순으로 흘러간 충청대망론이 양 지사의 손에 쥐어졌음에도 뒷받침이 부족한 것을 방증한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도 시원찮을판에 뿔뿔이 흩어졌다. 더 이상 무슨말이 필요한가.
이번 대선 주자는 충청홀대론을 보상해줄 절호의 찬스였다. 충청 출신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예비경선은 컷오프는 뼈아프다. 일례로, 안희정 전 지사는 차기 대권주자로 주가를 올릴 당시 중앙부처에선 도청 공무원이 찾아오면 버선발로 달려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대선주자가 충청에 있느냐 없느냐는 지역 발전과도 큰 연계가 있다.
아직도 충청홀대론은 560만 충청인의 가슴속에 박혀있다. 16년만에 지정된 혁신도시는 아직도 공공기관 이전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중 충남만 없는 민항도 구슬프다. 이뿐인가. 대전은 혁신도시가 지정되기 무섭게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으로 이전을 추진했고, k-바이오랩허브는 인천 송도에 뺐겼다. 최근의 과정만 열거하자면 이정도인데, 과거까지 거슬러올라가면 이 짧은 문장에 담기 민망할 정도다.
양 지사의 부족함도 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이슈몰이가 부족했고,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양승조라는 세 글자를 각인시키기 위한 시간도 부족했다. 도백의 자리에서 도정을 비워가며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양 지사는 컷오프 다음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도민에게 송구하다는 말도 했다. 이미지 정치가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도 했다. 덤덤하게 말했지만 입술은 미세하게 떨렸다. 일련의 서운함과 분노가 공존했으리라. 5년 뒤 돌아오겠다고 한 그의 약속이 지켜지길 희망한다. 첫 도전 실패를 경험 삼아 충청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방원기 내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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