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한국어의 어제와 오늘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 한국어의 어제와 오늘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 승인 2021-07-18 09:57
  • 신문게재 2021-07-19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학장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자 사고 표현의 수단을 넘어 인간의 본질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언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에게 언어는 본유적이라는 '언어 생득설'에 기대지 않더라도 언어가 인간과 함께 해 왔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몇 개일까? 지금까지 인간이 사용하는 음성언어는 5,000여 개 이상이거나 심지어 7000여 개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서 현재 5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대략 20여 개에 불과하다. 중국어가 12억 이상으로 1위이고 2위는 4억 이상이 사용하는 스페인어이며 영어는 그 뒤를 이어 3위이다. 물론 사용자 수가 가장 많다고 해서 중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언어인 것은 아니어서 세계 공용어로 쓰이거나 노벨 문학상 수상자나 수상 작품의 번역어로 가장 많이 사용된 언어가 무엇인가 등을 고려하여 세계 언어의 중요도를 서열화하면 영어가 1위인 것은 당연하다.

이 중 한국어는 세계의 다종다양한 언어 가운데 하나로 남한 5천만 명 이상, 북한 2천5백만 명 이상, 재외교포 7백5십만 명 등을 합하여 대략 8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유력한 언어이다. 그렇게 본다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한국어를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이고 그 한반도 전역 및 제주도를 위시한 한반도 주변의 섬에서 쓰는 언어로 정의하여 그 주체인 한국인과 사용 영역을 한국 영토로 지정하였지만 정작 재외교포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인 정의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한국어가 한민족과 한국인을 전제하는 언어로 쓰일 때 우리는 이를 국어라고 부른다. 물론 언어는 의사소통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국어를 국어라고 인식하는 순간 국어는 의사소통 그 이상의 개념을 함의 하게 됨으로써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국어 의식'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기본적인 뿌리는 무엇이고,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어떤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었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마치 우리 조상의 뿌리를 찾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한반도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구석기 시대는 고고학적 유물의 발견을 근거로 대략 70만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 살았던 구석기인들이 우리 민족의 조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보다 확실한 우리 민족의 형성은 신석기 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라의 형태를 갖춘 우리나라의 실제적인 역사는 고조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으며, BC 1세기를 전후하여 우리나라는 한반도 전체에 걸쳐 부여, 고구려, 마한, 진한 등 여러 부족국가가 나타났다. 이 시기의 역사는 중국의 기록인 『후한서』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일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물론 고대 부족국가 시절의 언어 간에 얼마간의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나 이를 증명할 국내 기록들이 거의 없고, 기록할 고유한 문자가 없었던 관계로 이를 확실하게 입증할 길은 없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단편적인 기록들과 언어 변화의 원리에 근거할 때 그 차이는 방언적 차이 이상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이들은 다시 큰 세력들로 재편되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신라의 삼국 통일은 한민족의 역사뿐만 아니라 신라어 중심의 한반도의 언어 통일이 이루어진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후 통일신라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즉, 한국어는 북방계 언어인 부여, 고구려의 언어와 남방계인 백제, 신라의 언어가 합쳐져 중세국어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근대국어를 거쳐 오늘날 현대국어로 이어져 온 것이 한국어의 연속적 맥락이다.



따라서, 한국어의 역사가 한민족의 역사와 같이 한다고 할 때, 실체로서 분명한 사실은 적어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는 한민족의 역사이며 이들의 언어가 한국어의 조상인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