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
이 중 한국어는 세계의 다종다양한 언어 가운데 하나로 남한 5천만 명 이상, 북한 2천5백만 명 이상, 재외교포 7백5십만 명 등을 합하여 대략 8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유력한 언어이다. 그렇게 본다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한국어를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이고 그 한반도 전역 및 제주도를 위시한 한반도 주변의 섬에서 쓰는 언어로 정의하여 그 주체인 한국인과 사용 영역을 한국 영토로 지정하였지만 정작 재외교포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인 정의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한국어가 한민족과 한국인을 전제하는 언어로 쓰일 때 우리는 이를 국어라고 부른다. 물론 언어는 의사소통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국어를 국어라고 인식하는 순간 국어는 의사소통 그 이상의 개념을 함의 하게 됨으로써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국어 의식'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기본적인 뿌리는 무엇이고,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어떤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었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마치 우리 조상의 뿌리를 찾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한반도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구석기 시대는 고고학적 유물의 발견을 근거로 대략 70만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 살았던 구석기인들이 우리 민족의 조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보다 확실한 우리 민족의 형성은 신석기 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라의 형태를 갖춘 우리나라의 실제적인 역사는 고조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으며, BC 1세기를 전후하여 우리나라는 한반도 전체에 걸쳐 부여, 고구려, 마한, 진한 등 여러 부족국가가 나타났다. 이 시기의 역사는 중국의 기록인 『후한서』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일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물론 고대 부족국가 시절의 언어 간에 얼마간의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나 이를 증명할 국내 기록들이 거의 없고, 기록할 고유한 문자가 없었던 관계로 이를 확실하게 입증할 길은 없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단편적인 기록들과 언어 변화의 원리에 근거할 때 그 차이는 방언적 차이 이상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이들은 다시 큰 세력들로 재편되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신라의 삼국 통일은 한민족의 역사뿐만 아니라 신라어 중심의 한반도의 언어 통일이 이루어진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후 통일신라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즉, 한국어는 북방계 언어인 부여, 고구려의 언어와 남방계인 백제, 신라의 언어가 합쳐져 중세국어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근대국어를 거쳐 오늘날 현대국어로 이어져 온 것이 한국어의 연속적 맥락이다.
따라서, 한국어의 역사가 한민족의 역사와 같이 한다고 할 때, 실체로서 분명한 사실은 적어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는 한민족의 역사이며 이들의 언어가 한국어의 조상인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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