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묵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
2500억 원이라는 큰 예산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경쟁에 뛰어든 지역의 지자체와 관련 산업 분야에서는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 결과 탈락한 지역에서는 실망과 아쉬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탈락한 여러 지역 중에서도 대전지역의 유치활동 관계자와 시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이 특별히 큰 것으로 보인다.
대전 시민의 실망감이 큰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대전이 아이디어를 내서 중앙정부에 제안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전시장과 바이오산업 분야 관계자들이 해외 현장 방문을 통해 보스턴 인근에 소재하는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하여 초기 창업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시험분석 장비를 지역에 구축하자고 제안한 데서 출발 된 것이다. 씨는 대전에서 뿌리고, 열매는 인천에서 따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로, 평가과정에서 대전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인프라와 네트워크 그리고 지역 바이오산업의 역량과 실적이 과연 제대로 고려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대전은 다수의 중소벤처기업이 중심이 되는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고, 인천은 소수 대기업 중심의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는데, 인천 소재 소수 대기업의 명성에 가려져 대전지역 바이오기업의 실적과 잠재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낮게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랩허브 사업은 분명히 중소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인데, 평가에서는 대기업의 존재와 그 실적이 중시된 느낌이 든다. 9일에 있었던 정부 당국자의 선정 결과 발표에서도 인천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대표 바이오기업이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셋째로, 이번 평가 결과로 미루어볼 때, 향후 중앙정부 지원사업의 지역 유치의 전망이 매우 어두워졌다는 점이다. 대부분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평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이제 지방이 수도권을 이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어떤 지역보다도 대전이 과학기술연구와 벤처기업활동에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는 대체로 열세이다. 그래서 이번 평가 결과를 본 많은 이들은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평가해서 재정지원을 하는 한 지역균형발전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공모사업의 경우 지역 간 발전 격차를 고려한 지역균형발전 가산점 제도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장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평가 결과는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지원사업에는 탈락했지만, 『2030 대전 바이오헬스 혁신성장 마스터플랜』에 따라 '대전형 바이오 랩허브' 사업은 추진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거기에 덧붙여서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시 당국이 중심이 되어 과학도시, 연구개발도시로서의 대전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전에서는 대전이 전국 최고의 과학기술 인프라와 뛰어난 벤처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랩허브가 대전에 설치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하지만, 바깥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공모사업 선정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전의 과학도시 위상이 약화 된 것은 연구개발 기능의 지역적 분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반면 대전지역으로의 연구기관 및 연구 인력의 집적은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혁신도시를 조성해 가는 과정에서도 과학도시, 연구개발도시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관 유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박재묵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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