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미술관 건립 후보지가 서울로 결정된 데 이어 K-바이오 랩 허브 구축지 역시 수도권인 인천 송도로 최종 선정되면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정부 기조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격 변경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기사 6월 22일, 7월 8일 보도>
15일 대전지역 문화계에 따르면 앞서 '국립대전미술관' 유치카드를 꺼내든 대전시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미술기관 건립을 문체부에 제안했지만, 지난달 11일 열린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 관련 전문가협의체로 구성한 1차 자문회의 자리에서 문화예술인재개발원 건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놓고 이건희미술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국가 중요시책 결정지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패싱'에 지역 문화계는 물론 원도심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18호로 지정된 본관 건물이 있는 충남도청 부지에 한 기관의 시설물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화유산 가치 보존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장수현 대전상권발전위원회장은 "대전 원도심의 심장부인 충남도청 부지에 인재개발원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수원이 들어서면 인근 지상 상권은 물론 은행동 지하상가부터 중앙시장까지 원도심 전체가 슬럼화될 게 뻔하다"라고 반발했다.
김진호 대전중앙로지하상가 운영회장은 "대전은 특히 원도심이 살아야 지역발전의 균형감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며 "감염병 여파로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는데, 연수원마저 생긴다면 은행동 일대 상권은 괴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역 정계는 문체부의 연수원 건립 구상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며 강경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홍종원 대전시의원은 "근대건축물로서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큰 옛 충남도청사를 놓고 연수원 같은 한 기관의 시설물 건립을 고민하는 문체부의 발상은 대전을 물론 중부권 민심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10여 년 전부터 거론된 본래 취지에 맞는 문화기관으로 조성돼야 하며, 지역의 염원을 담아 연수원 건립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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