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
어린아이들에게 요즘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수단이나 게임기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정보를 얻고, 생각을 키우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아이들은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실시간으로 사진·영상·이모티콘 등을 통해 공유하기도 하고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생기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묻기 전에 인터넷에 검색하고, 유튜브를 보고, SNS공간 속 전문가들(덕후)에게 의견을 구한다. 디지털기기를 신체의 일부처럼 친밀하게 활용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디지털기기와 미디어의 막대한 영향력과 올바른 사용방법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소비한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많은 부모도 이런 부분을 걱정하곤 한다. 무작정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학생들 한명 한명을 돌보는데도 한계가 있고, 셧다운 시스템 등의 통제도 우회로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중독과 가짜뉴스·사생활 침해·온라인상의 혐오나 따돌림·맞춤형 정보제공 서비스로 인한 확증편향,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 등으로부터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까?
우선은 아이들에게 디지털 미디어가 가진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 이해시키고, 올바른 디지털기기 활용법과 온라인상에서의 건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디지털 정보의 접근·분석·성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역량 강화'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환경에서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고 올바른 정보를 분별, 다양한 과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숙련도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지식을 습득·창조하고 건전하게 활용하는 역량인 것이다.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과학관도 아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에 책임이 있다. 우리 과학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과학교육 전반에 디지털 지식 정보를 스스로 이해·활용하고 검증하는 내용을 추가해 운영하는 이유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의과학교실'이 대표적인 예다. 교육에 앞서 이론적 학습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우선 제공해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정보를 찾아 이해·학습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단순히 교육에 참가해서 과학교육을 듣고 체험을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디지털 콘텐츠를 접근·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보완했다. '과학나눔캠프'에서는 디지털 교육에서 소외될 수 있는 학생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디지털·인공지능 관련 교육을 운영한다. 또한, 전국 과학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다른 과학관에도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교육이 확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과학교육·캠프 프로그램에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과정을 추가할 예정이다.
미래에는 어떤 인재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까? 뉴미디어를 통해 건전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올바른 정보를 분별하지 못하는 리더를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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