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솔초 손서림 보건교사 |
문득 이 드라마가 떠오른 이유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내 모습이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안은영이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젤리를 퇴치하는 것처럼 나는 교내 의료인으로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코로나에 맞서고 있다. 학교는 여러 명이 모여 함께 생활하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이라 감염에 더 취약하다. 또한 단 한 명의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집단감염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수칙 준수와 더불어 가장 확실한 수단인 백신 예방접종을 학교에서 처음으로 맞게 되었다. 학생들의 건강을 돌보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더 노력하라고 가장 먼저 맞게 된 게 아닐까? 1차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고, 2차 화이자 교차 접종을 얼마 전에 마쳤다. 다행히 미열, 근육통을 제외하고는 큰 부작용은 없었다. 이제 곧 모든 교직원들이 백신 예방접종을 할 예정이다. 교직원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2학기 전면 등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델타, 감마 등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작년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학교생활을 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나는 코로나에 대응할 힘을 얻는다. 어른인 나조차도 가끔은 힘든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더 어려움이 많겠는가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의 생활은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체온을 측정하고 등교 전에 건강상태 자가 진단을 한다. 여분의 마스크를 가방에 넣고, 학교 음수대 폐쇄로 마실 물까지 챙겨 등교를 한다.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등교 시 거리 두기, 손 소독, 체온 측정을 시작으로 학교에 있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대화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과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는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우며 학급 친구들 대신 칸막이를 마주하고 말 한마디 없이 삭막한 식사를 한다.
나는 이제 겨우 3년 차로 코로나 없이 근무했던 시간보다 코로나와 함께 근무한 시간이 더 길다. 보건교사가 감염병과 관련해서 선두에 서 있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게 사실이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학교 안의 모든 사람들뿐 아니라 학교 밖에 있는 학부모까지도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상 최초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들어섰다.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 등 새로운 감염병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학교 현장에서 접한 감염병은 코로나가 처음이지만,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제2의 코로나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나는 비록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초능력은 없지만 어떠한 감염병에도 맞서 싸울 것이다.
손서림 대전도솔초 보건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