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시인, 대전문학관장) |
'마스크 시대'라는 말은 지금 이곳의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사는 만큼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마스크가 저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한 복면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마스크는 남에게 안심을 주고 나 자신도 안심을 하기 위한, 곧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한 의료기구라고 해야 마땅하다.
지금의 이 시대를 두고 '언택트 시대'라고도 하거니와, 그것의 우리말 표현은 '비대면 시대'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그런가 하면 혹자는 지금의 이 시대를 가리켜 '코로나-19 병란의 시대'라고도 부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느닷없이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난리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병란의 시대'에는 아무래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주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주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들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필요는 없다. 펜데믹화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직접 총칼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예의 질병관리청 관료들일 수밖에 없다. 화이자이든 모더나이든 아스트라제네카이든 백신을 생산하고, 확보하고, 주사하는 사람들은 이들 공무원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지금 이곳을 사는 시인들이 '코로나-19 병란의 시대'를 맞아 뒷짐을 지고 구경이나 할 수는 없다. 시인은 본래 자기 시대의 현실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정작의 시인이라면 지금의 이 시대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시적 발언을 해야 마땅하다. 시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거니와, 여러 문예지와 문인 단체가 코로나-19와 관련한 특집을 기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시인협회에서는 지난 7월 1일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전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홍영사)라는 제목의 사화집을 발간한 바 있다. 총 446면에 이르는 이 사화집에는 한국시인협회 소속 430명의 시인이 코로나-19에 관해 쓴 43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사화집의 '머리글'에서 나태주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갇혀서 답답해하실 회원님들"을 향해 "세종임금이 주신 선물인 한글로 더욱 아름다운 글을" 쓰자고 강조한 바 있다. 나도 마땅히 이 사화집에 참여해 창작시 1편을 게재한 바 있다. 코로나 태풍이 휘몰아쳐 오지만 때가 되면 이 또한 "다 그치기 마련, 멈추기 마련"이라는 것이 내가 쓴 시의 주요 내용이다. 이 시 「코로나 태풍」의 전문을 읽어보자.
"코로나 태풍이 휘몰아쳐 온다/무릎을 꿇고, 꿇은 무릎 속에/대가리를 처박아야 한다/어떻게든 참아내야 한다//모래 태풍이 휘몰아쳐 올 때/낙타가 무릎을 꿇고 눈 감고/주둥이 꽉 다물고 견뎌내듯이//그대여 나여 이 땅의 사람들이여/자주자주 손 씻어야 한다/단단히 마스크도 해야 한다/외로워도 혼자서 견뎌내야 한다//아무리 세찬 태풍도 때가 되면/다 그치기 마련, 멈추기 마련/지나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정부는 이번 주부터 수도권 일대의 코로나-19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격상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 누구라도 크게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와 충청남도도 이미 코로나-19 거리 두기를 2단계로 향상시킨 바 있다. 그러니 무슨 대책이 따로 있겠는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청의 방역대책에 온 국민이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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