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나의 도시, 나의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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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나의 도시, 나의 대전

이해미 정치행정부 행정팀장

  • 승인 2021-07-14 08:1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이해미
이해미 차장
대전은 서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역사도 짧다. 부산처럼 생동감 넘치는 활력도 없고, 광주나 대구처럼 화끈하다는 평가도 덜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맹물 같은 곳, 동서남북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비빔밥처럼 살고 있는 도시다.

기자 출신이면서 역사 관련 저서를 쓰는 배한철 작가의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생각정거장)'에는 충청도의 역사가 잘 정리돼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따르면 조선은 큰 죄인이 발생하면 도의 명칭을 바꾸는 형벌을 내렸다. 주로 충청도가 그 대상이 됐는데, 공충도, 공홍도, 충홍도, 충공도, 충홍도 등으로 이름이 수시로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죄인이 살고 있는 동네가 아니라 죄인이 태어난 지역에 벌을 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삼남(南)으로 묶였던 경상도나 전라도는 이름이 바뀌지 않았는데, 이유는 허망할 정도로 단순하다. 경상도는 신라왕조의 본거지라서, 전라도는 조선왕조의 본향이라는 이유다. 반대로 연산군 11년부터 고종 원년까지 366년 동안 충청도의 이름은 무려 20차례나 바뀐다.



사람의 얼굴은 인생의 기록이고, 도시의 현재는 과거의 거울이다. 충청도가 비옥한 땅과 바다를 품고도, 모든 도시와 연결되는 길의 중추를 거느리고도, 발전하지 못한 건 도시의 정체성을 뒤흔들었던 이름의 수난사(史)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선시대, 충청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설움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등 지역의 고유명사는 절대 훼손할 수 없는 영역이 됐지만, 충청도 사람들의 마음은 매번 찢기고 헐려 새살 돋아날 틈이 없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K-바이오 랩허브가 국가공모사업에 탈락했다고 부리는 치기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전이라면 역량이 부족한 이유였다면 겸허히 받아들였을 것이고, 준비가 덜 됐다는 전제가 있었다면 충분히 재정비 후 도전하겠다는 충청다운 대응을 보여줬을 것이다. 대전의 역량은 차고도 넘쳤고, 준비는 부족함이 없었기에 이번 패배는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여론이다.

나의 도시, 나의 대전이 꾸는 꿈을 그 누가 짓밟는가. 왕조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촌스러운 이유가 21세기 시대의 판을 흔드는 결정타가 될 수 없듯이 돈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 해도 가능성과 희망을 꺾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건 사랑하는 나의 도시 대전이 과거의 패배주의를 딛고 일어서길 바라는 희망가의 서곡이자, 오욕의 시대를 끊기 위한 변주곡이다. 이해미 정치행정부 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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