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본부장 |
우리나라에서 더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 '황혼의 반란'에 나오는 내용 일부분이다. 이 소설 속에선 노인을 배척하는 법률들이 만들어지고, 젊은이들이 쓸모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노인들을 제거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베르베르의 다른 소설 '타나토노트'에서도 노인 처리 문제가 나온다.
에스키모들은 너무 늙고 쇠약해져 사회 활동을 할 수 없는 할머니를 멀리 빙산에 데려다 놓아 곰에게 물려 죽게 만드는 방법을 썼다. 대개 할머니들은 자기가 사회에 짐이 된다 싶으면 스스로 거기에 가곤 했다. 노르망디의 어떤 집에서는 지붕 밑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위쪽 가로대에 미리 톱질해놓고 노인을 오르도록 했다.
위 소설처럼 극단적 형태는 아니지만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성별 갈등에 이어 청년·노장(老長)세대 간 갈등도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적인 예가 국내 완성차 노동조합의 정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6월 기아, 한국GM 노조와 함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기 위해 국회 홈페이지에 국민 동의 청원을 올렸다. 2023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62세에서 63세로 늦춰지면서 소득 공백이 늘어나는 만큼 정년 연장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MZ(밀레니얼+Z)세대 조합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에서 근무하는 MZ세대라고 밝힌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젊은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 단기적 관점으로 추진하는 3개사 정년 연장 입법 청원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청원의 배경에는 MZ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최초 세대'로 점쳐지는 가운데 일자리 감소, 부동산 가격 폭등 속에 분노마저 느끼고 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와 생각이 달라 일을 같이 못 하겠다는 밀레니얼세대(1980∼199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푸념마저 나오는 현실에서 청년세대와 노·장년 세대 간 인식의 괴리는 더욱 크다. 경제성장 시대에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삶의 태도로 살아온 노년 세대와 달리 유년시절에 달콤한 성장의 과실 맛을 본 청년세대는 '안 되면 되는 거 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세대 간 갈등의 치유에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들어간다. 공존할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2015년 개봉 영화 '인턴'에서 방법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열정 넘치는 30대 CEO(앤 해서웨이 분)가 경영하는 의류업체에 경험 많은 70세 노인(로버트 드 니로 분)이 인턴으로 입사한다. 늙은 인턴은 CEO는 물론 20∼30대 젊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쌓은 노하우와 인생 경험을 전하면서 주변에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전에서도 이런 노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다행이다. 대전시는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조성 사업에서 매년 300명 이상 배출되는 대덕 특구 등 지역의 베테랑 은퇴과학자들을 활용해 기술 이전과 사업화 지원, 창업 상담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전 일자리경제진흥원은 멘티인 청년의 도전정신과 멘토 역할을 하는 중장년의 값진 경험을 연계한 예비창업자 발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세대 간 공존'이라는 명작은 주연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받쳐주는 조연이 필요하고 때론 단역도 있어야 한다. 공존을 위해 우리가 모두가 합심해서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