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비수도권 패싱도 모자라 지적재산권 침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지자체의 명운이 걸린 정책현안은 판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기류마저 포착될 정도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공모사업에서 들러리가 될 필요가 없다는 지역 이기주의로 비화될 수 있어 제안도시를 우선순위로 검토하는 균형적 안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이 차린 밥상은 결국 인천의 몫이 됐다.
인천은 바이오 산업의 선두주자임은 분명하지만, 자생적으로 바이오 창업 환경이 구축된 대전과는 판이 다르다. 한마디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막대한 재정적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을 품고 있다는 점부터 비수도권과 경쟁할 필요성도 명분도 욕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민심이 들끓는 이유는 인천이 유치 후보지로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최초 제안 도시마저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려 했고, 또 전국 지자체 대상 공모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대전시가 최초 제안한 기획 의도마저 퇴색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적재산권 침해가 거론되는 이유도 명확하다. 대전시의 제안대로였다면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 집중돼 있는 도시가 선정돼야 맞고, 정방형 부지를 앞세운 심사 규정도 불필요한 항목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보호할지 선이 애매하다. 좋은 정책이라면 국가 정책으로 변환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다만 랩허브처럼 초기 기획이나 제안자가 분명한 경우는 국가공모보다는 우선 검토 대상자로 대전을 배려하는 세심한 방식을 사용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중기부가 랩허브 선정과 관련해 짜여진 판이라 비판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했다.
막대한 국비 지원을 위해 지역 주요 현안을 대선 공약화 또는 정부 부처에 읍소해야 하는 지역의 현실을 한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전시 관계자는 "국비 사업은 쉽지 않다. 정부 부처가 갑인 만큼 수차례 찾아가도 만나주지도 않고 사업의 중요성도 분리해서 보지도 않는다"며 "랩허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판이 커진 사례다. 결국 대전형으로 가겠다는 후속 대처가 나왔지만, 눈 뜨고 코 베인 형국이라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무기력함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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