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헌법 제2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집회의 자유가 무제한일 수는 없고, 법률로 제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에 따라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고, '출입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의 준수'를 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법률로써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집회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집회 또는 시위는 그 개념상 당연히 2인 이상 다수의 결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1인 시위는 법률상 집회 또는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것은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어서 명백히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내에서는 2인이 만나도 되는데, 야외에서 집회나 시위할 때는 안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제한인지 의문이 들고, 나아가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강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부겸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발표했는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4조 제4항에 의하면 범정부적 차원의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의 직을 수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합금지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은 질병관리청장이나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고, 방역지침을 정하는 권한 역시 위 사람들과 보건복지부 장관뿐이다. 결과적으로 김부겸 총리가 질병관리청장의 권한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발표하는 것은 법률 체계상 맞지 않는 권한의 행사로 보인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집합금지를 명한 사실이 없고, 위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적용으로 2인을 초과해 집합하지 말라는 것도 방역지침일 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별해야 하는 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에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9조 제2호의 2 내지 4에서 출입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의 준수를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합의 제한이나 금지가 출입자 명단 작성이나 마스크 착용 등과 동급일 수는 없기 때문에 집합의 제한이나 금지를 방역지침에서 정할 수는 없고, 당연히 질병관리청장의 명령에 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때문에 집합금지 명령 위반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로 처벌하지만, 방역지침 위반은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부과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갑자기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니 정부나 질병관리청이 당황한 나머지 국민의 양해에 기대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또는 그 이상까지도 국민의 자유를 강력하게 제한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엄연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정부가 필요에 따라 국민의 자유를 한없이 제한할 수 없고, 질병관리라는 이유로 국민의 자유를 끊임없이 침해하는 걸 일상화해선 안될 일이다. 특히나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정권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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