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지사가 1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컷오프 된 가운데 사분오열된 충청 여권의 지형이 결정적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양 지사 개인적으로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제대로 읽지 못했고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도 부족했다는 지적으로 내년 충남지사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번 1차 경선은 100% 국민 참여 투표인 본경선과 달리 예비경선은 당원 50%, 국민 50%(지지층, 무당층) 각각 1200명씩 2400명 여론조사로 진행됐다.
샘플이 현저히 적은 관계로 사실상 '조직표'가 승부를 가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양 지사는 '안방' 충청권의 화끈한 지원사격을 받지 못했다.
'조직표' 동원이 가능한 지역 20명 '배지'(무소속 포함) 가운데 1차 경선에서 문진석(천안갑). 이정문(천안병) 의원 등 불과 2명이 양 지사를 도왔을 뿐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각각 개인적 정치적 의사에 따라 다른 후보를 밀었다. 실제 초선 황운하(대전중구) 강준현(세종을)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도왔다. 재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은 정세균 전 총리, 재선 어기구(당진) 초선 박영순(대전대덕) 홍성국(세종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를 지지했다. 초선 장철민 의원(대전동구)은 정 전 총리와 단일화 한 이광재 의원 편에 선 바 있다.
양 지사에게도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다. 모두 7차례의 정책 발표 중 대부분을 저출산 양극화 고령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복지 정책에 할애한 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이 보다는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부각 되고 있는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 공약으로 이슈 선점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대목이다.
컷오프 통과 후보들이 처음부터 선두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과 사생활 문제를 고리로 거세게 몰아 부치며 이목을 끌었던 것과 달리 양 지사는 뒤늦게 이에 가세했고 '한 방'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경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컷오프 되면서 양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부담을 안게 됐다. 우선 당내 도전자로부터 거센 비판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의미 있는 성적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본경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결국 도정공백만 초래했다는 공격 빌미를 준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도전자로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