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이 부풀었다. 백신을 맞고 나선 인원제한에 걸리지 않는 투명인간이 될 줄 알았다. 무더운 여름에 마스크는 벗어도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안일한 생각이었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이 4차 재유행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0일엔 신규 확진자가 1378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8일부터 1275명→1316명→1378명을 나타내며 사흘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또 7일(1212명)부터 나흘 연속 1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는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이다.
지역도 마찬가지로 상황은 심각하다. 대전을 보면, 지난 3일 32명, 4일 19명, 5일 26명, 6일 30명, 7일 13명, 8일 29명, 9일 48명이 확진됐다. 타 지역에서 감염된 사례는 물론, 지역 내 종교와 학교 등에서 무더기 확진도 꾸준하다.
방심했다. 2주 전만 하더라도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이 와중에 백신 접종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니 말이다. 장기화로 모두가 힘들었던 만큼, 지칠만했다. 업계에선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여행 상품이 속속 나왔고, 대학생은 방학 시즌, 직장인은 여름 휴가 등으로 기대감에 부풀었다.
우리의 기대감은 결국 두려움이 돼 돌아왔다. 일찍 터뜨린 샴페인으로 결국 처음으로 다시 가게 됐다. 대전은 재빠르게 1단계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고, 수도권은 12일부터 유례없는 4단계 초강수로 거리두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없는 손님을 찾아 헤맬 것이다. 학력 격차 등의 우려가 나왔던 학교의 2학기 전면등교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렸던 일상이 점점 멀어져 피로감도 더 커질 것이다.
다시 시작이라는 불안감이 결국 현실이 됐지만, 이번 거리두기를 통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대본도 사적 모임은 자제하고, 퇴근 후 바로 귀가하는 등 국민의 적극적인 실천과 동참을 요청했다. 방역 완화로 인한 긴장감이 저하된 데 따른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백신을 맞았다고 인원제한에 포함 안 된다고 기뻐했던 것에 대해서도 반성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조훈희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