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비전은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혁신성장 기반 경제구조 전환이다. 혁신창업과 벤처국가를 만들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부처의 핵심 과제다. 랩허브 조성 취지도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바이오 선도 기업 육성이라는 점에서 중기부가 가진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정부의 지원 없이도 연구개발이 가능한 삼성 바이오와 셀트리온처럼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부처도 아님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중기부가 주관한 랩허브로 인천을 낙점한 건 결국 부처 비전과 랩허브 설립 취지와는 모순되는 대목으로, 공정성 시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9일 후보지 발표 브리핑에서 "인천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 앵커기업과 함께 송도 세브란스 병원, 연구소 등이 집약돼 있어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한 랩허브에 적합하다"며 "부지 무상제공, 높은 재정 지원계획 등 사업계획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대전시는 사업 아이템 제공자면서 최초 기획자라는 가산점은커녕 패싱의 주체가 된 씁쓸한 결말이 됐다.
정부에 제안한 사업은 본래 취지를 잃었고, 재정적 투자와 대기업을 유치한 특정지역에 표를 몰아주며 공정성과 국가 산업 발전 불균형의 실태를 재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대전시는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다. 향후 바이오 벤처 창업기업들의 탈대전 현상은 물론이고 대전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갖출 수 있느냐에도 부정적 신호들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대전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취지를 볼 때 스타트업을 지원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핵심이었다. 그러나 다방면에 있어 중기부의 비전도, 랩허브의 취지도 상실된 채 맹목적으로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대전의 유치 실패는 정부와 주관 부처의 모순된 정책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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