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이 국가의 주요 정책임에도 수도권에 쏠린 정책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비수도권의 실망감과 반발 또한 커질 전망이다.
수도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비수도권 연대'가 형성될 명분이 생겼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치에 실패한 시·도가 감당해야 할 후유증까지 더해지면서 랩허브발(發) 파장은 뜨거운 감자에서 대선과 지선 이슈로 비화 될 가능성도 커졌다.
대전시의 탈락은 충격과 허탈함 그 자체다. 대전시가 밑그림을 그리고 기틀을 잡아놓은 아이디어를 정부가 제3의 도시에 안겨주면서 '비수도권 패싱'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는 비판적 주장도 적지 않다.
대전은 30년 동안 바이오 벤처 창업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전국 유일의 곳이다. 풍성한 인력과 연구시설 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완성돼 있었고, 출연연과 대학병원, 투자기관까지 대전시와 손잡으며 사실상 최적지 요소를 갖춘 상태였다. 미국 보스턴 랩센트럴에서도 현지와 가장 유사한 지역으로 대전을 지목했을 만큼 대내외적으로 대전의 강점은 높이 평가받았다.
대전시 고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공고문을 볼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정방형 부지나 현 단계에서는 어려운 신약개발을 언급하는 등 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랩허브 조성 취지와는 결이 다른 요소가 많았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천 발언은 의도치 않게 송도가 가진 장점을 부각하는 '노이즈 마케팅'이 됐고 대전에는 악재가 됐다. 현장심사 당일 여당 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않았기에 정치적 개입과 중립적 훼손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은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예정된 시나리오였다'는 가설은 정설이 됐다는 분석이다.
랩허브 공모 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실체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허태정 대전시장을 비롯해 유치전에 뛰어든 비수도권 지역은 줄곧 국가공모사업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분류되는 바이오 분야였기에 더욱 비수도권 유치가 절실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탈락 후 자청한 브리핑에서, "대전시는 중소벤처기업을 강화해 성장시키는 것으로 바라봤으나,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신약개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대전이 가진 바이오산업의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육성하는 것과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했는데, 반영이 되지 않아 아쉽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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