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민원은 저에게 주세요!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민원은 저에게 주세요!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승인 2021-07-11 09:04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2021.01.19(김찬술 산업건설위원장)(3)
김찬술 위원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일상생활 전반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층간소음으로 민원이 급증하고, 정부의 무리한 행정처분에 불복해 제기하는 행정소송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소송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삽니다. 고소·고발 건수가 일본의 44배, 인구대비 100배에 이른다고 하지요.

옛날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세 조목이면 된다는 '약법삼장(約法三章)'의 본래 의미는 규정은 간단명료하고 단순할수록 힘을 발휘한다는 것인데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한 후 명신(名臣) ‘소하’가 만든 구장율을 시행했듯이 약법삼장만으로는 세상을 규율할 수 없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백성이 관아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였는데, 길을 지나가는 관리의 수레 앞에 엎드려 억울함을 호소하던가, 관가에 가 북을 치던지, 고소장이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인데 이 방법들이 백성들한테는 그리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감히 관리의 수레를 막아선다고 치도곤을 당하기 일쑤고, 북을 치고 나서는 곤장 50대를 맞아야 했으며, 못이 박힌 나무판자에 엎드려 고소장을 낭독해야 했는데, 민원 남발을 방지한다는 명분치고는 너무 가혹한 것이었기에 감히 나서지 못했던 겁니다.



조선 태종이 즉위 원년에 중국의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 신문고입니다. 그러나 억울한 일이 있다고 모든 백성이 신문고를 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한양에서는 주무관청에, 지방에서는 관찰사에게 먼저 호소하고 나서 해소되지 않으면 사헌부에 탄원해야 했고, 그래도 억울하면 최종적으로 신문고를 칠 수 있었습니다. 무고한 자는 장 백 대에 유배 삼천리 형에 처했으니 힘없는 백성들은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행하기 힘든 제도였지요.

반면, 조선시대는 신분이 세습되고 남녀차별이 엄격한 사회였음에도 신분이나 성별에 관계 없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소송제도가 있었습니다. 즉, 여성 노비나 기생도 재산분쟁이나 부당한 폭력에 맞서 관아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는데(정의의 감정들 / 김지수 저) 같은 시대, 중국이나 유럽에서 결혼한 여성은 남성을 통해서만 법정에 설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소 진정서나 민원을 숱하게 받습니다. 담당 부서에 간단하게 확인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민원 해결이나 제도개선을 위해 동분서주 하다 보면 자료접근조차 쉽지 않고 갖가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시의원이 이럴진대 일반인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김광웅 교수는 '관료는 본질적으로 공리주의에 빠져 평균치에만 염두에 두는 한계인'이라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만,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만 보인다고 규제가 쉽게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와 무관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친절에 대해 명쾌한 답을 준 분입니다. 친절이란, 잘 차려입고 미소 지으며 절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줄 아는 것이며, 경영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다, '왜'를 다섯 번만 외쳐보라, 그러면 답이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행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필자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아침에 중리동 하나로네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이유는 열심히 땀 흘리고 사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사는 세상, 여자라고 불이익을 받지 않고, 청년이나 노인이라고 소외되지 않으며, 장애인이라고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망이 이뤄지는 날까지 시민 곁으로 다가갈 겁니다.

'민원은 저에게 주세요'와 함께.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