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 언론에서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외교관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를 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중남미 공관에서 일하던 30대 외교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가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고립된 상태가 길어진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혼자 일하는 '1인 공관' 등 소규모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경우 고립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엔 중국의 한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이 모 씨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평소 우울증을 겪었던 이 씨는 2017년 진단서까지 제출했지만 규정에 따라 해외 공관으로 가야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며 이 씨는 가족들과 만나지 못했고, 우울증은 악화됐다니 안타깝지 그지없었다. 이러한 뉴스에서 새삼 코로나 19와 우울증의 어떤 불편한 동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코로나 블루 현상은 비단 일부 계층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심각성을 내재하고 있다. 저잣거리의 장삼이사도 여기서 탈출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을 찾으면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시나브로 누적된 코로나 블루와 피로감까지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신천지(新天地)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注: 이는 필자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동원일 뿐 일부 종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
그곳은 바로 대전의 관문이랄 수 있는 목척교 주변이다. 목척교 아래로 내려가면 대전천의 맑은 물이 콸콸 흐르면서 무더위까지 일순 시원한 바람으로 말려준다. 주변에 지천으로 핀 각양각색의 꽃들은 일상에서 찌든 심신을 힐링으로 바꿔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체적 조화가 푸른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마음마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군집(群集)하고 있는 비둘기들은 이곳의 터줏대감답게 사람이 다가가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목척교의 또 다른 압권은 징검다리와 분수다.
징검다리를 잘못 건너면 가파른 여울목에 풍덩 빠진다. 국내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다시금 1,000명을 넘어섰다는 뉴스에서 평소 건강관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음이 징검다리의 교훈으로 다가왔다.
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시원한 분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매력덩어리다. 목척교 주변으론 과거 목척교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와 비교할 수 있기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또한 목척교를 벗어나 대전역 방향으로는 '4.19 혁명 진원지' 표시석(標示石)과 만난다. 여기서 우리는 대전이 민주화의 위대한 도시임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이 저하되었다.
여기에 필자의 경우에 있어선 '빈 둥지 증후군'까지 가세하여 심란하기 짝이 없다. 이는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슬픔, 외로움과 상실감을 뜻한다. 집안의 행사나 심지어 어버이날에도 사랑하는 자녀와 손주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코로나 극복 의지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목척교를 한 시간 산책했을 뿐인데 코로나 블루는 어느새 증발하고 마음속엔 긍정의 꽃들이 만발했다. 그야말로 '내 사랑 목척교'였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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