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인간은 욕망을 절제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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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인간은 욕망을 절제할 수 없는가?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승인 2021-07-08 11:18
  • 신문게재 2021-07-09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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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낙준 신부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알기 위해서 서당에서 공부하셨던 할아버지와 서양화된 학교에서 공부한 손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할아버지에게서 손자인 제게 무엇이 이어졌고 무엇인 끊어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 것입니다.

서당에서 공부하신 할아버지는 제게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삶과 그 관계를 귀하게 여기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물론 할머니께서는 정성을 들여 돌보는 삶의 방법을 제게 보여 주셨습니다.



춘천 밑에 있는 강촌에 성 프란시스수도원을 방문하곤 합니다. 그 수도원의 원장을 하느님의 사람을 지키고 수호하고 돌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가디언 Guardian이라 부릅니다.

피정하러 온 방문객이나 수도사들을 정성을 들여서 돌보며 생명을 수호하는 역할을 가디언이 수행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 가디언을 만나 길을 찾아가곤 합니다. 또한 상처입은 사람들이 가디언을 만나 치유를 얻어가곤 합니다.

세상에서 보잘것이 없다고 이미 판단을 받은 사람들이 정성을 들여서 돌보시는 수도원장이신 가디언의 만남으로 자신이 귀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받은 아픔을 세상 밖에서 사는 가디언으로부터 치유를 받는 것입니다.

수도원장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손들을 정성들여 돌보시는 세상 속의 가디언이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이십니다. 서당에서 배우신 할아버지의 삶의 모습을 할머니와 공유하시면서 흔히 보는 자연을 홀대히 여기지 아니하시고 '네가 여기에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 고맙네'라고 하시면서 관계맺는 자세로 사셨습니다.

하찮은 지렁이가 길바닥에 나오면 다시 풀들이 우거진 흙 속으로 들어가게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곤 하였습니다. 자연의 미물까지도 그 존재를 우선시하고,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시는 것을 우선시하시고 그 다음에 자신이 필요한 것을 취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이셨습니다.

생명의 관계를 우선시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 앞에서 인간의 욕망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서로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삶의 방법으로 인간의 욕망을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기업은 인간의 욕망을 끝까지 자극하여 욕망을 채우는 인간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을 맞춰 정치하는 이들까지도 욕망을 채우는 인간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돈에 대한 우상숭배에 빠져 욕망을 채우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서양화된 학교에서 배운 공부가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공부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 결과 모든 나라 사람들이 돈으로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 있다고 보고 돈을 벌고자 애를 씁니다.

돈을 우선시하는 금융이 불평등의 단초를 제공하고 경제와 정부가 이를 따라가 우리의 욕망을 채운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욕망의 끝이 없는 줄 모르는 인간의 삶은 망가지는 것뿐입니다. 다시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인간의 욕망이 보이지 않던 삶이 귀하게 보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욕망을 채우는 세상의 배움보다는 가난하지만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사신 정성을 들여 돌보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수도원장의 가디언의 삶으로 욕망을 제어하신 길을 보는 중입니다.

"악한 자들이 잡초처럼 우거지고 못된 자들이 꽃처럼 피어납니다(시편92: 7)."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망하고 말 것이며, "악을 일삼던 자들은 모두 흩어집니다(시편92:9)"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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