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내 CCTV 설치율 고작 5.88%… 사각지대 우려

어린이집 '의무' 반면 유치원은 권고사안

유치원도 어린이집처럼 교실 내 CC(폐쇄회로)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시설에서 아동학대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CCTV 설치가 '권고'에 그치는 유치원의 경우 피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사각지대' 우려도 나온다.

최근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 제출받은 시·도별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 현황(6월 기준)을 살펴본 결과, 대전의 경우 공립유치원 교실 안에 CCTV가 설치된 곳은 5.8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 97.22%에 달하는 설치율을 보였다.

세종과 충남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세종은 공사립 모두 교실 내 설치가 전무 했다. 충남은 국립 0%, 공립 4.9%, 사립 92.5%의 설치율을 보였다.

지난 2015년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어린이집에 CCTV 등의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영유아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유치원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제2조의 2에 의거 초·중·고등학교와 같이 '학교'로 분류돼 CCTV 설치는 교육부지침에 따라 '권고' 사안으로, 의무는 아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장 재량권이 크지만, 국공립은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CCTV 설치가 어렵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이처럼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은 권장 사항인 탓에 아동 학대 예방대책 핵심으로 제시되는 CCTV 설치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입학전쟁을 치르는 공립 유치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달 24일 김병욱 의원은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김병욱 의원은 "유치원 교실 내 CCTV는 유치원에서의 아동학대 방지, 유아의 안전도모 및 사고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입법과 제도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역시 '유치원 내 CCTV 설치 의무화'요청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대를 당했다 하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될 우려가 크다"며 "유치원도 어린이집처럼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들은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육기관인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교육기관에 속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아교육법 상 의무화 조항이 없고 설치할 경우 개인 정보의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유치원 내부는 교육공간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