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친 마음을 품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잃어가는 느낌이다. 관계갈등, 입시전쟁, 취업난, 경제적 어려움 등 마음 건강에 해가 되는 고민을 누구나 안고 살아간다.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연간 204만 명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 14만 명이 입원한다. 입원 기간은 평균 176일이며, 비자의적 입원이 32%에 달한다(국가 정신건강 현황보고서, 2019).
또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은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보다 2배나 높다. 한해 1만3000명 넘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우울증 위험군 비율도 2년 전보다 4배나 증가했고, 활동량이 많은 20·30세대가 30%로 가장 높았다(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2020).
그렇다면 과연 국가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얼마나 투자할까. 우리나라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1.3조 원 규모로 연평균 10%씩 늘고 있지만(2015년 기준), 지역사회 인구 1인당 예산은 5389원 수준(2018년 기준)으로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정신보건 분야에서 진보적 접근을 하는 국가로는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가 있다. 호주의 경우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수용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자택치료 등 지역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치료 활동을 전개한다.
대만도 선진화된 '탈수용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강제입원 비율도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며 월 6일 자유 외출과 외박을 권장한다. 사회복귀 전에 직업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독립생활 기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정신병원을 격리시설로 인식해 장기 입원시키거나, 지역사회 복귀 전 단기재활훈련에 그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2000년부터 적정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며, 총 35개 분야까지 확대했다. 2019년부터 정신건강 입원영역의 평가를 시작해 전국 의료기관 455곳의 첫 평가결과를 지난 5월 공개했다. 종합점수는 평균 61.7점 수준, 1등급은 전국 80곳으로 충청권 8곳이 1등급을 받았다. 미달수준인 4~5등급도 110여 곳, 자료 미제출 등으로 평가를 못 한 기관도 40곳이나 돼 의료기관 참여 노력이 필요하다. 평가결과는 심평원 홈페이지 또는 '건강정보'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민 마음이 튼튼해져 평가 데이터가 점차 줄어든다면 좋은 일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코로나 19와 함께하는 '마음 건강 지키는 7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변화된 일상 받아들이기, 지나친 걱정하지 않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취미나 여가 시간 갖기, 규칙적인 신체 활동하기,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 힘들면 도움 요청하기'를 권장한다. 누구든 우울감이 반복되거나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심리상담 핫라인'이나 '마음 프로그램', '마성의 토닥토닥' 모바일 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 온라인 매체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미국의 조퇴 사유 1위는 우울, 2위는 스트레스이며, 취업서류에 우울증 진단서를 첨부하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격려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쁨과 슬픔의 감정은 우리 마음속에 늘 공존한다.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우울감'이 찾아온다고 했다.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시력부터 길러보자. 행복, 기쁨, 긍정의 감정을 습관화하면 살아가는데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은 자신의 마음 챙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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