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마음이 아픈 사회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마음이 아픈 사회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 승인 2021-07-06 08:26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공진선 심평원대전지원장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온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할까.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족들과 오순도순 일과를 나누곤 했다. 지금은 같은 공간에서도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하고 사이버공간에서 각자 시간을 보낸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친 마음을 품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잃어가는 느낌이다. 관계갈등, 입시전쟁, 취업난, 경제적 어려움 등 마음 건강에 해가 되는 고민을 누구나 안고 살아간다.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연간 204만 명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 14만 명이 입원한다. 입원 기간은 평균 176일이며, 비자의적 입원이 32%에 달한다(국가 정신건강 현황보고서, 2019).

또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은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보다 2배나 높다. 한해 1만3000명 넘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우울증 위험군 비율도 2년 전보다 4배나 증가했고, 활동량이 많은 20·30세대가 30%로 가장 높았다(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2020).



그렇다면 과연 국가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얼마나 투자할까. 우리나라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1.3조 원 규모로 연평균 10%씩 늘고 있지만(2015년 기준), 지역사회 인구 1인당 예산은 5389원 수준(2018년 기준)으로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정신보건 분야에서 진보적 접근을 하는 국가로는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가 있다. 호주의 경우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수용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자택치료 등 지역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치료 활동을 전개한다.

대만도 선진화된 '탈수용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강제입원 비율도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며 월 6일 자유 외출과 외박을 권장한다. 사회복귀 전에 직업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독립생활 기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정신병원을 격리시설로 인식해 장기 입원시키거나, 지역사회 복귀 전 단기재활훈련에 그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2000년부터 적정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며, 총 35개 분야까지 확대했다. 2019년부터 정신건강 입원영역의 평가를 시작해 전국 의료기관 455곳의 첫 평가결과를 지난 5월 공개했다. 종합점수는 평균 61.7점 수준, 1등급은 전국 80곳으로 충청권 8곳이 1등급을 받았다. 미달수준인 4~5등급도 110여 곳, 자료 미제출 등으로 평가를 못 한 기관도 40곳이나 돼 의료기관 참여 노력이 필요하다. 평가결과는 심평원 홈페이지 또는 '건강정보'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민 마음이 튼튼해져 평가 데이터가 점차 줄어든다면 좋은 일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코로나 19와 함께하는 '마음 건강 지키는 7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변화된 일상 받아들이기, 지나친 걱정하지 않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취미나 여가 시간 갖기, 규칙적인 신체 활동하기,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 힘들면 도움 요청하기'를 권장한다. 누구든 우울감이 반복되거나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심리상담 핫라인'이나 '마음 프로그램', '마성의 토닥토닥' 모바일 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 온라인 매체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미국의 조퇴 사유 1위는 우울, 2위는 스트레스이며, 취업서류에 우울증 진단서를 첨부하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격려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쁨과 슬픔의 감정은 우리 마음속에 늘 공존한다.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우울감'이 찾아온다고 했다.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시력부터 길러보자. 행복, 기쁨, 긍정의 감정을 습관화하면 살아가는데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은 자신의 마음 챙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