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공부의 목적과 김정의 '숙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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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공부의 목적과 김정의 '숙조도'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7-04 15:49
  • 수정 2021-07-04 15:5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외견상 특별한 강점이 없다. 짐승처럼 민첩하거나 용맹스럽지 못하다. 감각기관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 그러나 영장(靈長)으로 존재한다. 무엇이 여타 생명체와 차이를 만들어 낼까?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은 지능, 언어, 도구 등 너무 다양하다. 정신, 영성을 들기도 한다. 이성과 감성, 오성 등 인간만이 갖는 성스러운 품성이 차이점이란 견해다. 동물에게도 성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 돕기도 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도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사람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생각과 질문을 통한 체계적인 학습, 감성의 표출과 순화, 창의력, 도덕윤리, 정의, 책임감 등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사람은 그를 축적하고 서로 전하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이성은 고귀하고 감성은 천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육체는 동물적인 것이라며 비하해 보기도 한다. 정신노동은 귀하게, 육체노동은 천하게 인식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사랑도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으로 나누어 육체적 사랑은 천하게 여긴다. 이성은 고귀하기만 한 것일까? 절제와 균형이 관건이지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가 공부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 전인적 인간으로 함께 가기위해서다. 물론 이상향이나 목표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본질적인 차이라기보다, 세부적인 표현이나 강조점이 다르다 할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진학, 진로를 위한 공부가 되고 만다.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시험에 매달리다 보니, 이상적 가치철학의 추구와 실천궁행이 소홀해진다.



또 하나는 공부하는 것이 개인의 입신양명에 있지 않다고 표방하며, 사익의 추구에 몰두한다. 부의 축적이나 위상 제고, 권력 취득이 우선이다. 적어도 명분상 목표는 그것이 아니다. 어느 시대나 공부를 통하여 세상을 널리 이롭게, 공동체에 기여함을 중시한다. 그럼에도 왜 제자리걸음일까? 너무 어려운 탓일까? 진화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답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조선시대 역시, 과거제도 탓에 학문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보았다. 기존 과거로는 참다운 인재 등용이 어렵다보고 본 것이 중종 때 도입된 현량과(賢良科)이다. 교육 문예를 담당하던 4관(四館, 성균관, 교서관, 승무원, 예문관)에서 후보를 성균관에 추천하고, 성균관은 예조에, 예조는 각 기관에 적임자를 천거하였다. 지방에서는 유향소에, 유향소는 수령에, 수령은 관찰사에, 관찰사는 예조에 전보하였다. 예조는 성품, 기국(器局), 재능, 학식, 행실과 행적, 지조, 생활 태도와 현실대응 의식 등 일곱 가지 항목을 평가하여 의정부에 보고했다. 궁에 모아 왕이 참석한 자리에서 대책(각기 다른 왕의 치국에 관한 질문에 책략을 써냄)으로 시험, 인재를 선발하도록 하였다. 꽤나 복잡한 인재 등용이다. 민주적 절차와 상향식 추천 방식이 돋보인다.

이러한 조광조의 개혁을 도운 사람 중에 김정(金淨, 1486~1521, 형조판서)이란 문신이 있다. 왕도정치 실현을 위한 개혁정치에 힘썼다. 기묘사화로 극형이 언도되었으나 영의정 정광필 등의 옹호로 금산에 유배, 진도를 거쳐 제주도로 옮겼다. 신사무옥에 연루되어 결국 사사되고 만다. 살아있던 사림파의 주축 6명과 함께였다. 학문이 가져다 준 가치관으로 세상을 개혁하려다 험난한 고난의 길을 만난다. 가시밭길이다.

숙조도
김정, '숙조도' 16세기 초.
그림은 김정이 그린 숙조도이다. 새 두 마리와 가로 세로로 뻗은 나뭇가지가 전부이다. 그림으로는 무슨 새라 단정하기 어렵다. 나무도 그렇다. 생략이 많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초피나무, 왕초피나무, 산초나무 등 서로 비슷한 종이 많다. 그림은 초피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왕이나 후궁 등 '왕의 여자'들이 거처하는 방이 초방(椒房)이라 불렸기 때문이다. 벽에 초피가루 발라 불쾌한 냄새 제거하고, 향기로 방안 분위기 가득 띄웠던 모양이다. 열매가 많이 열려 다산(多産)의 상징이기도 했다. 자전에는 산초나무 초로 되어있다. '우리 나무의 세계' 저자 박상진에 의하면 초피나무가 맞다 한다. 한자문화권 나라들이 명명에 상호 혼동이 있다는 주장이다.

묵상의 시간으로 받아들였을까? 평화롭고 여유롭기 때문일까? 숙조는 조선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이다. 새는 날개 안에 머리를 묻고 잔다. 새 한 마리는 잠이 들었고 위에 있는 새는 아래쪽 잠든 새를 바라보고 있다. 꾸밈이 없어 담백하고 아름답다. 그윽하다. 절제미가 돋보인다. 깨워서 같이 놀자는 것일까? 난국에 잘도 잔다며 비웃는 것일까? 위험을 감지해 경계하는 것일까? 여타 숙조도와 달리 그림에는 가시나무가 등장한다. 정적과 함께 긴장감이 다가온다. 생리적인 수면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정신만큼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가름침은 아닐까?

작품과 대화에 중요한 필수 요소가 상상력이다. 몇 가지 정보를 서로 연결하고, 시대상황과 작가의 내면, 현재 우리 삶과 연결고리, 미래사회와의 관계를 살피며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심화, 확대과정이다. 작가의 심상을 상상해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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