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감꽃비' 한 장면, 대전소극장마당에서 지난 3일까지 연극이 진행됐다./극단 홍시 제공 |
관객에서 첫 선을 보인 '감꽃비'는 부모를 여읜 주인공 정희(차정희 분)와 지체 장애가 있는 누나를 잃은 태수(박상현 분), 제수를 차리는 요리사 소식(이종목 분)과 그의 의뢰인들의 사연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한 극이다.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가족애와 살아남은 이들이 느끼는 죽은 자에 대한 부재를 보여줬다.
감꽃비라는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밝은 분위기의 감꽃과 우울한 느낌의 비를 합성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슬프지만, 생전 그와의 추억을 기억하는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복수의 뜻을 지닌다.
연극은 1시간 15분가량 진행됐다.
평론가들은 희곡 작품의 문학적 상상을 무대에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연출에 높은 평가를 매겼다.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액자 형태의 무대 세트를 통해 극복했다.
김상열 대전대 공연예술융합학과 교수는 "연극인들은 연극이 가진 시간과 공간의 제약 문제를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감꽃비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인공인 정희와 태수, 지체 장애를 가진 그의 누나, 제사음식을 의뢰하러 온 손님 등 다양한 인물의 사연을 전달하면서 개연성이 떨어지고, 몰입도를 해쳤다는 지적이다.
조훈성 연극평론가는 "관객 입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 작품의 중심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며 "관극자의 시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만, 음식의 상징성이 아닌 인물의 서사를 관점으로 봤을 땐 극중 인물 관계를 좁히고 하나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으면 좋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꽃비는 '블랙홀'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등단한 김미정 작가가 집필했다. 김 작가는 지역에서 '모딜리아니 특별전', '흔적이 남긴 자리', '달정이와 버들이' 등 희곡 작품을 써왔다.
그동안 극단 홍시는 지역작가들과의 창작극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연극 '연심', '배웅' 등 사람 향기가 묻어나는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연극에 대해 김 작가는 "홍시와 처음 만나서 했던 작품이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공연계가 많이 힘든데 이번 연극을 통해 연극인들에게 힘을 줄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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