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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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잖아!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1-07-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잖아!'

이는 바로 대청 땜 수자원 공사 쉼터 휴게실 화장실 벽에 씌어 있는 문구이다.

친구이자 대부인 전 스테파노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와 친구인 전 요아킴이 견진성사를 받았는데 축하는 못해 줬지만 점심식사나 같이 하고 오자는 전화였다.



대부(代父)로서 대자(代子)를 챙기는 마음이 생부가 친자(親子)를 챙기는 마음 이상으로 극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대부처럼 살아 보려 노력하지만 발 벗고 좇아도 따를 수가 없다.

이런 역부족 현상은, 아마도 나라는 사람의 그릇의 용량에 문제가 있는가 싶다.

간장 종지 용량의 그릇이 한 섬들이 이상의 그릇을 넘보는 격이었으니 그러하리라.

신탄진 가서 점심 먹고 오는 길에 산책로가 좋아 셋이서 두런두런하며 걸은 길이 대청 땜 수자원 공사 쉼터에 이르렀다. 휴게실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유달리 시선을 끄는 표제 글씨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맞아 주었다. 바로 이거였다.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잖아!'

요즘 우리 주변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무위도식(無爲徒食)으로 허송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는 하던 일의 실패로 한숨을 쉬며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사람도 있다. 또 경기 불황으로 도산하는 중소기업체에서 발버둥을 치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있다. 날로 어려움을 겪는 적자 운영으로, 문을 닫는 가게와 음식점들이 속출하고 있어 우후죽순(雨後竹筍)을 방불케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불황에 이 문구는 힘이 빠져 있는 사람들한테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하는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은연 중 힘이 나게 하는 보약과 비타민이 아닐 수 없었다.

건강한 사람한테는 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허약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에겐 약을 챙겨 주고 보약을 먹게 해야 한다.

달리기 경기에서 일등으로 뛰는 선두 주자가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박수를 많이 받는 사람은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뛰는 사람이다.

불굴의 투지를 가진 사람이 안간 힘을 써가며 땀 흘리며 도전할 때 박수를 많이 받는 법이다.

인간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생각이 든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화장실 벽이지만 예수님,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이 함께 어울려 똬리를 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패자를 주저앉히지 않으려는 지상의 또 다른 천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니,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게 하려는 또 다른 지상의 부처님, 예수님께 느꺼운 마음을 올린다.

넘어져 힘이 빠진 모든 사람들이 이 보약 탕제실에 와서 공짜 보약을 마음껏 만끽하고 갔으면 좋겠다. 축 늘어진 어깨에 힘 빠진 사람들은 보약 분양소에 모두 모여 에너지 충전으로 새 사람이 되어 갔으면 좋겠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주인공은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니, 어렵게 주문하고 부탁해서 택배물처럼 오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인생은 의지의 투쟁이란 마음으로 불사조처럼 살아야 한다.

넘어지고 깨지고 엉망진창이 됐더라도 뛰는 맥이 있다면 태양을 보며 살아야겠다.

소금에 절인 배추 같은 사람들에겐 그 가족이, 친구가, 지인들이 탕제실의 보약이 돼 주어야겠다.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잖아!

약자한테, 패자한테, 우리가 용기를 주어야 한다. 그 보약이 돼 주어야 한다.

손에 손을 잡고 끌어 주고, 밀어 주어 상생하며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말이란, 상황에 따라 힘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부적절한 말 한 마디는 사람에게 비수가 되어 힘을 빠지게도 하지만, 적기의 한 마디는 가뭄에 단비 같은 보약이 되기도 한다. 힘 빠진 사람에게 힘이 솟게도 한다.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잖아!

부디 이 한 마디, 세파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에게 힘을 내게 하는 영약이 돼 주길 바란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밝은 아침이 온다.

겨울이 가면 화창한 봄은 또 어김없이 오는 것이다.

어두운 터널만 통과하면 광명 천지는 모두 우리의 것이다.

태양은 내일도 모레도 떠오른다.

우리 모두 힘내어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잖아!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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