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지난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또한 대전시가 추진 중인 노면전차 트램까지 연결되는 소위 황금 권역이다. 하지만 가난한 서민으로선 그림의 떡이다.
당장 먹고 살길도 막연한 터에 무슨 고급아파트란 말인가. 따라서 이 지역은 다시금 돈 놓고 돈 먹는 부동산 투기꾼들의 복마전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와 시선이 팽배하다.
주지하듯 우리나라는 출산율 OECD 최하위 국가로 추락했다. 대한민국 인구 구조에 이처럼 빨간불이 울리고 있는 까닭은 한 마디로 젊은이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실종된 때문이다. 취업도 힘든 터에 결혼까지 한다면 당연히 주거가 관건이다.
그러나 자고 나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N포세대'의 확장을 불러왔다. 참고로 N포세대는 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기존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에서 더 나아가 포기해야 할 특정 숫자가 정해지지 않고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뜻에서 파생된 실로 비극적인 의미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소비 패턴의 극단적 변화까지 불러왔다. 발품이 필요한 오프라인 쇼핑은 급감한 반면, 온라인은 특수와 사상 최대의 호황으로 매출액이 고점(高點)을 향해 질주하는 모양새다.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의 영향 때문이다. '리테일 아포칼립스'는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출발했다.
2017년 미국의 대형 유통 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폐점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사태가 이어지며 언론을 중심으로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 리테일 아포칼립스를 직역하면 '소매업의 종말과 몰락'을 나타낸다.
그만큼 지금 소매업, 즉 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의 어려움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이러한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이 공인중개사와 결탁해 투기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발표가 있어 충격을 안겼다.
특수본은 6월 28일 LH 직원들과 그 친척.지인 등 수십 명이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조직적으로 투기한 정황도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이에 연루된 이들은 공직자가 아니라 장사꾼이었다.
LH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미션 및 비전'이 보인다. '국민주거안정의 실현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으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을 선도'한다는 대목이 가장 상위에 랭크돼 있다.
국민주거안정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고작 부동산 투기란 말인가. 공사는 공직과 마찬가지다. 공직에선 투잡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의 영리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엄정한 복무관리와 업무 몰입도를 통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사명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LH 직원의 조직적 부동산 투기는 명백한 장사꾼 행태였다.
이들의 비겁한 행위는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 포기'라는 또 다른 리테일 아포칼립스의 절망과 상처까지 남겼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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