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지사는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프레스데이 행사 중 '너 나와' 순서에서 이 전 총리를 지목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전 총리는 정세균 전 총리와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민주당의 거물"이라며 덕담을 건네면서 이내 충청을 대표해 출마한 자신을 부각하는 지략가 면모를 보였다.
양 지사는 "충청권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공식이 있다"며 역대 대선 결과를 설명했다. 15대 대선때 김대중 후보는 중원에서 상대보다 40만 표를 더 얻어 결국 39만표 차이로 승리했고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는 충청에서 26만표 차이를 내면서 57만 표 차이로 이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18대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가 충청에서 30만표 졌는데 최종 결과에서 103만표차로 고배를 마신 점도 지적했다.
양 지사는 "민주당 재집권과 정권 재창출의 전략적 요충지가 충청이다"며, "신(新) DJP 연합으로 충청권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호남권의 통큰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너 나와' 코너는 후보자가 한 명씩 지목한 상대를 향해 1분 동안 하고 덕담 또는 '디스'를 하는 순서로, 상대 후보는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 돼 이 전 총리의 반론은 들을 수 없었다.
양 지시가 이 전 총리를 지목해 '양보'를 거론한 이유는 1차경선 중반에 돌입한 가운데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권 도전 선언 이후 연이은 정책 행보가 호평 받으면서 컷오프 통과 순위인 6강에 안착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드는 등 상승세에 있다.
이런 가운데 '안방' 충청의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본산인 호남 기반인 이 전 총리 지지층을 흡수할 경우 경선판을 흔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이어진 공통질문 순서에서도 양 지사는 준비된 대권 후보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이 경질된 데 대해, "김 전 비서관을 포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공직농단·정치투기 인사를 배출한 정부여당이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과 관련 여권을 향해 제기되는 비난에 대해선 "내로남불 측면에서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조 전 장관의 사법개혁 방향은 옳았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이날 추미애 전 장관은 양 지사를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추 전 장관은 '너와 나' 코너에서 "지난 촛불대선 당시 당대표를 할 때 양 지시가 대선준비 기획단을 이끌며 조기대선을 차질 없이 준비한 대선 승리 일등공신"이라며 "지방자치 허리인 충남에서 실효적이고 좋은 정책을 내놓는 당의 보배"라고 엄지를 세웠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