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코로나19 시대의 이동형 음압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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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코로나19 시대의 이동형 음압시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 승인 2021-07-01 09:43
  • 신문게재 2021-07-0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감염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고 치료하기 위한 음압(陰壓) 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음압이란 실내 공간을 외부의 대기압보다 다소 낮은 압력으로 유지하는 기압 상태를 의미한다. 음압 상태에서는 내부로 유입된 공기가 다시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바이러스 환자를 다루는 병원은 병실을 -2.5 Pa 이하의 음압으로 유지해 바이러스가 병실 밖으로 새나가지 않고, 확실히 격리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한편 병실 내부에도 바이러스가 농축되어 쌓이지 않도록 외부 공기를 시간당 최소 6회 이상 공급하고 내부 공기를 밖으로 배출시켜야 한다. 이를 환기횟수라고 하는데 1시간 동안 병실 내부 부피 6배 이상의 공기를 항상 새 공기로 바꿔줘야 한다. 병실은 전실과 화장실을 갖춰야 하고 고성능 헤파필터가 설치된 급·배기 시설을 갖춰야 하므로 병실을 만드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정부는 사스와 메르스를 겪으면서 음압병실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까지 29개의 병원에 161개의 음압 병실을 확충하고 10개 이상의 병원을 신규 지정해 244개까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폭발적인 감염 확산이 일어날 경우 기존의 음압병실만으로 모든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안으로 병실 내에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일반병실을 음압병실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이동형 음압기는 헤파필터가 설치된 송풍기로, 병실 내에 설치하여 병실 내부의 공기를 외부로 배출해 주변보다 낮은 기압을 유지하는 장치다. 하지만 과연 장치가 바이러스를 잘 차단할 수 있는지, 충분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동형 음압기의 성능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방법과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이 2020년 시판 중인 음압기를 대상으로 풍량과 입자 누설률을 측정한 결과 모든 음압기가 제품 사양보다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67%까지 송풍량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자 누설률도 적게는 0.04%로 양호한 것부터 많게는 6.0%대까지 성능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음압기는 충분한 환기량을 얻기 어렵고 바이러스도 밖으로 배출할 수 있어 판매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적절한 평가 기준이 없다 보니 별다른 제재 없이 판매되는 실정이었다.



한편 제대로 된 이동형 음압기가 병실에 설치된다 해도 음압병실의 조건을 완전하게 만족하기는 어렵다. 음압 조건만큼 환기횟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하면 -2.5 Pa 이하의 음압 기준은 쉽게 만족 시킬 수 있지만 시간당 6회 이상의 환기횟수까지 만족 시키기는 쉽지 않다. 일반 가정의 공동주택에 설치된 환기장치도 시간당 0.5회의 환기를 위해 급기팬과 배기팬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이동형 음압기는 단순한 배기 장치이기 때문에 일반 병실을 음압 병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동형 음압기와 급기장치(이동형 양압기)가 동시에 설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음압기의 배기 송풍량을 양압기의 급기 송풍량보다 다소 크게 설정해 병실 내부를 적절한 음압으로 유지시켜야 일반병실을 진정한 음압병실로 전환시킬 수 있다.

최근 한국공기청정협회는 'SPS-C KACA 0031-7423:2021' 규격을 제정하고 '이동형 음압기와 양압기' 성능 평가 인증 체계를 마련했다. 앞으로 이러한 이동형 음압기와 양압기의 제품 인증 규격이 잘 제도화돼 양질의 제품이 병원과 선별진료소 등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일반병실을 음압병실로 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동형 음압기뿐만 아니라 이동형 양압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치 지침이 추가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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