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건축사. |
사고를 유발한 구조적 요인은 예전의 사고들과 별 차이가 없다. 우선 다단계 하도급이 아직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공사와 계약한 철거업체는 54억원에 610개의 일반건축물에 대한 철거계약을 맺은 후, 지역 철거업체에 12억원을 주고 불법 재하도급을 줬다고 한다. 발주자가 합법적으로 인정된 범위에서 승낙할 경우 재하도급은 가능하기에 무조건 재하도급은 나쁘고 폐지해야 한다는 인식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는 원도급에서 인지하지 못한 불법 재하도급이었고 거의 덤핑 수준의 비용으로 부실공사를 조장한 거나 다름없는 예고된 문제의 현장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불법 하도급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건수는 290여건, 과징금을 부과 받은 건수는 570여 건이라는 적발 건수로 볼 때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에 대응하는 관계부처의 방법은 언제나 그랬듯이 법 개정을 통한 자격심사 강화나 처벌 등이다. 자격요건을 강화하여 자격증 소지자의 고용을 늘리는 경우 법망은 강화되어 문제없어 보이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격증 없이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일하던 회사는 갑자기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평생 자신의 기술로 공사를 했지만 자격증이 없거나 자격증 있는 고용을 하지 못하면 건설 현장에서 퇴출되게 된다. 결국에는 저가의 공사비로 불법 하도급을 하게 되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법령이 강화되면 자본이 있는 자들은 실제 일도 하지 않는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고는 쉽게 일을 따게 되고 진짜 기술은 있고 자격은 없는 하청업자에게 헐값에 일을 넘기기 일쑤이다. 하청업자는 이들이 일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방법이 없다.
지난 2016년에 국토교통부는 소규모의 건축주 직영공사의 경우 현장관리인을 지정하여 현장에 배치하는 법을 신설했다. 현장관리인은 건축주가 소규모건축공사를 건설업체에 맡기지 않고 자재부터 하도급업체 선정까지 직영으로 시공할 때 현장에 배치되는 건설 기술인을 말한다. 건축주는 건축 전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장관리인이 공사 현장의 공정 및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장관리인의 자격은 1. 건설 관련 국가자격을 취득한 자 2. 건설기술자로서 인정 가능한 학력 등을 갖춘 자 3. 국립, 공립 시험기관 또는 품질검사를 대행하는 건설기술 용역업자에 소속돼 품질검사를 대행하는 건설기술용역업자로 규정하였으나 현장에서는 페이퍼 기술자만 있고 공사의 품질이 향상되거나 건축주의 조력자가 되기는커녕 한 줄의 법령으로 오히려 시공비만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어 유명무실한 상태가 되자, 4년이 지난 뒤에 업무 규정을 정하는 넌센스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결국, 형식적인 법망은 구축하였지만 현실적인 방안은 훨씬 뒤에 나오게 된 것은 관계부처의 현실감 부족과 페이퍼 중심의 업무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싶다. 이 업무 규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리자나 설계자의 역할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감리자와 설계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보수기준을 만들어 준다면 또다른 자격자가 필요 없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에서 출발하고 있다. 비용을 덜 쓰기 위해 부실공사를 하는 자도 있지만, 비용이 턱없이 적어 부실공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된 매뉴얼에,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했다면 안전수칙이나 작업일정을 무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의 관계기술자의 보수기준과 근무기준은 물론 업무기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새로운 법의 개정 전에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았으면 한다.
발주처나 시공자나 하도급 모두 관계에서의 위치만 다를 뿐 똑같이 행복을 추구하는 국민이기에 함께 협력하고, 함께 나아질 수 있는 그런 '법'에 대해 고민해줬으면 한다.
김용각(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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