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지만, 만일 전쟁영웅이며 남아프리카 태생 백인의 총아인 콘스탄드 빌욘 장군이 없었다면, 만델라의 위업도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델라가 석방되고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는 4년의 기간이 걸렸는데, 그 당시 흑인과 백인 간에는 내전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당연히 만델라는 흑인의 대표성을 지녔고, 백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은퇴했지만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콘스탄드 빌욘 장군이 지도자로 옹립되었습니다. 이들은 선거를 저지할 목적으로 폭력을 사용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1만 5천명의 과격한 백인들은 만델라의 정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 지도부를 매복 공격할 계획을 세우는 등, 날이 갈수록 분위기는 과격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콘스탄드 빌욘은 쌍둥이 형의 간절한 설득으로 극비리에 만델라를 만나 4개월 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들은 급기야 "만일 우리가 전쟁을 벌인다면 승자는 없을 것입니다"라는 만델라의 호소에 빌욘이 동의함으로써 빌욘 장군은 무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당과 함께 선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상호불신이 많았던 두 사람은 '접촉'을 하면서 서로 상대에 대한 존경심이 커져서 대타협을 이루게 된 것이었습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만델라와 콘스탄드 빌욘의 사례를 들어 '접촉'의 위력을 설파하였습니다. 그에 의하면 "접촉은 더 많은 신뢰와 더 많은 연대, 더 많은 상호친절을 낳으며,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접촉은 감염성이 있어서 이웃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자신의 편견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많은 사례를 들어 더 많이 접촉할수록 혐오감이 줄어든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접촉은 효과는 있지만 즉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사실 뤼트허르 브레흐만보다 먼저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한 심리학자는 고든 올포트인데, 그는 인간은 부족한 동물이기 때문에 편견이 빠르게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역사의 오랜 교훈을 오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년간 연구 끝에 인간의 편견의 원인과 치료법은 바로 '접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순진하다'고 평가하고, 많은 접촉이 더 많은 마찰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이 상반된 주장 모두 자신들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지만, 문제는 편견의 본질을 깨려는 노력 없는 단순한 접촉은 더욱 편견이 심화될 것이나, 상대를 이해하려는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은 편견을 깰 수 있습니다.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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