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논의가 공전을 계속하고 있다.
6월 국회 처리의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 이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된다.
자칫 차기 대선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 충청 정치권의 무기력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해 "(여야간)논의가 있었는데 결론을 내린 것 아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뒤 '세종의사당법 논의가 있었느냐'는 중도일보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내일 모레(7월 2일) 추경이 제출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회가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여야가 이견이 없었다"고 부연했다.
상임위원장 선출 등 국회 정상화에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다면 세종의사당법 6월 처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이지만, 현실화 되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6월 국회 회기는 다음달 3일까지다. 앞서 1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여야가 합의하면 2~3일에도 추가로 본회의를 소집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계류중인 세종의사당법이 이 기간 중 운영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충청권에선 세종의사당의 대선용 카드 전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7~8월엔 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추경 처리와 결산국회에 방점을 찍고 있어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9월부터 12월까지 100일간 정기국회에서도 각 당 대선 경선 레이스와 국정감사에 여야가 포커스를 맞추면서 세종의사당법 처리를 위한 집중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여야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3월 치러지는 차기 대선 시계에 맞춰 여야가 세종의사당 카드를 만지작 거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충청권에선 이같은 상황이 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한 여야의 신뢰가 깨졌고 현안 입법을 둘러싼 타 지역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발끈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야는 지난 4월 운영위에서 6월에 반드시 세종의사당법 처리를 약속 했지만 스스로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운영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아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현안 파악이 안 되서…"라는 핑계를 대며 팔짱을 끼고 있다.
영호남 현안입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명백한 충청 입법 홀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가덕도 특별법과 한전공대 특별법은 법안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각각 93일과 161일 걸렸다. 반면,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은 법안 발의 1년이 다 되도록 공전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이해찬 전 대표가 발의한 법안부터 따질 경우 세종의사당법은 국회에서 5년째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입장이며 국힘은 여당이 의지가 없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이같은 '폭탄 돌리기'식 책임 떠넘기기를 보다 못한 충청권 지역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대규모 상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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