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과 냉탕이 옥빛으로 물들었다
코로나19 때문인가
비누향기만 가득 안고 침묵만 지키는 목욕탕
옆 사람과 인사 나누며
등 밀어주던 그때는 이제 없다
미소 지으며 요란하게 반기던 주인은
태산 같은 걱정에 말수도 줄었다
덜커덩 문이 열리는 소리
낯선 빨간 비키니 차림의 중년 세 신사
요즘은 지난 lMF보다 힘들다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쏟아지는 물 소리에도 수심이 넘친다
때를 밀어주는 익숙한 아줌마의 손놀림
시골 같은 이런 곳에도
명품 피부가 숨어 있었네
슬쩍 던지는 격려의 말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던 동네 목욕탕
머지않아 사라질까 불안한 마음 추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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