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전북에서 한 여성이 납치당했다. 여성은 시민의 신고로 구조될 수 있었다. 입막음 당해 도와달라고 소리칠 수 없었던 여성. 시민은 어떻게 신고할 수 있었을까. 여성은 처음 만난 남성에게 납치당해 끌려가는 순간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 둘'을 표시했다. '112(경찰서)'를 손가락으로 나타냈다. 지나가던 운전자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덕에 여성을 구할 수 있었다. 여성이 손가락으로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다면, 시민이 시그널을 읽지 못했다면 어떤 상황으로 이어졌을지 모른다.
하루 멀다하고 터지는 폭력 범죄들. 지난해 말부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부터 5살 의붓아들을 학대한 계부, 친구를 오피스텔에 가두고 살해까지…. '형벌 기준을 높여라' '경찰은 뭐하나' 등 여론은 아스팔트 도로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리지만 현실은 매 맞는 이웃, 아이, 친구들을 외면하고 있다.
비단 외면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학대 현장에 처한 이들은 필사적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신호를 읽어내기란 힘들다. 사람마다 다른 언어습관, 행동양식을 배우고 자라기 때문에 공통된 구조 신호가 아닌 이상 읽어내기 어렵단 말이다. 우리는 하나의 약속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도와주세요.' 다섯 글자를 읽지 못해 매 맞는 아이와 이웃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공통된 사회적 구조 신호를 알아둬야 한다.
지난 2015년 영국에서 시작된 '블랙 닷 캠페인'은 가정폭력에 처한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약속된 국제 구조 신호다. 손바닥에 검은 점을 찍어 '나를 구해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캠페인으로 영국에서는 4개월 만에 49명이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캐나다 여성재단에서도 SOS 손동작을 만들었다. 오른 손바닥을 펼쳐 보인 뒤 엄지손가락을 접고, 나머지 네 손가락을 접으면 된다.
어린이집, 가정 학대에 처했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과 약속도 필요하다. 최근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국제아동학대 SOS 신호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 공유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마구 달렸다. 게시글 영상 속 아이는 지나가는 여성을 향해 손을 등 뒤로 돌려 손바닥을 폈다가 주먹을 쥐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를 본 여성은 신호를 인지하고 재빠르게 아이와 남성을 분리시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우리들. 폭력, 학대 상황에 놓여있음을 명확히 알리는 것부터 구조는 시작된다. 매 맞는 환경에 처한 그들을 구해주기 위해, 또 벗어나기 위해 구조 신호를 기억하자.
편집2국 박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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