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노무사 |
그러나 과연 법을 준수해야 하는 우리의 경영환경은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한번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공서 공휴일은 종전까진 노동관계법령상 법정휴일이 아니었으나, 2018년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인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년 1월 1일, 30인 이상 사업장은 21년 1월 1일, 5인 이상 사업장은 22년 1월 1일부터 유급휴일로 적용받게 되었다.
20년 12월 17일 중소기업중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5%(준비안됨 13.3%, 준비중 31.6%)에 해당하는 기업이 관공서 공휴일의 유급휴일 전면 적용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조사된 바 있다. 관공서 공휴일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이유도 살펴보면, 근무일수 감소로 인한 생산차질이 가장 높은 비율(64.4%)을 차지하였고, 인건비 부담 증가(40.7%), 인력부족(39%), 업종 특성상 기계를 계속 가동해야 함(32.2%), 주 52시간제로 인한 근로시간 감소(25.4%) 등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2017년 11월 28일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인해 2017년 5월 30일 이후 입사자 부터는 1년 미만 기간동안 발생하는 11개의 연차유급휴가를 별도로 인정받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1년 중 휴일이 평일(월~금)에 해당하는 날이 약 10일이라고 가정할 때, 신규입사자의 경우 21일을 추가적으로 쉴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주 52시간제의 시행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중소기업 입장에선 중대한 경영환경의 변수 하나에 대응하고 이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가적인 경영여건의 변수를 맞아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현재의 기업여건에선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과 가정의 균형 및 조화, 노동자들의 복지, 건강증진 등을 위해 휴가 및 휴식을 배려하는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화에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변화에 따라 기업의 생존 가능성도 확인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변화에 따른 기업이 직면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하겠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고, 도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동화 설비의 구축 등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제정된 법 및 정책들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모순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6월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실제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2018년도에는 15만 9천개, 2019년도에는 27만 7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그 외에도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휴수당, 퇴직금, 연차수당을 지급을 피하고자 1주 15시간 미만으로 아르바이트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늘었다는 사실을 상담 중 종종 접하기도 하였다.
배는 기울면 침몰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 그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근무제도 시행(재택근무), 비대면 산업의 성장 및 그로 인한 대면 산업의 하향 등 다양한 경영상 변화 및 혼란이 존재하는 시기이다. 최근 또 대체공휴일을 늘리겠다고 여야가 논의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기업이 당면한 현실이 막중한 시기인 만큼 선심성 정책이 아닌 향후 앞으로의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현장의 여건을 마련해주는 정책 및 입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김영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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